연분도련 그림일기
입사를 하고 나가 아침에 출근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커피머신을 돌리는 일이었다. 잠을 깨기 위해 머그잔에 얼음을 듬뿍 담아 에스프레소 2샷을 내리면 얼음이 녹으면서 진한 아메리카노가 완성 된다. 이렇게 아침에 한잔, 점심밥을 먹고 나서 한 잔씩 마시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하지만 커피는 하루에 한 잔도 족하다는 글을 보았다. 알면서도 난 하루에 두잔이라니, 조금 줄여볼 필요가 느껴졌다. 갑자기 커피를 줄이자니 몸이 먼저 어색해했다. 졸음도 밀려오고, 뭔가 빼놓고 일을 시작하는 기분. 주섬주섬 먹을 것이 없나 찾던 중 옆자리 직원분이 꿀맛홍차인데, 엄청 진하고 맛있다면서
티백 하나를 건네주셨다.
자신이 소분해 둔 홍차라면서 찻잎이 든 예쁜 케이스도 보여주셨다. 그러고보니 회사를 다니기 전, 프리랜서로 일 할 때는 집에서 홍차 끓여먹는 게 또 하나의 일이었는데, 이젠 예전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때는 작업을 마치고 밀크티 만드는 팁이나 홍차 맛있게 끓여먹는 방법들을 찾아보며 점심을 먹고 난 후 디저트를 먹기 전 따라 만드는 재미가 쏠쏠 했었다.
그중에서 초보자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333법칙이 생각난다. 찻잎 3g에 물 300ml를 넣고 3분동안 우려서 먹으면 맛있는 홍차를 마실 수 있다고 한다. 3분 후에는 찻잎을 걸러내야 한다. 처음 홍차를 마실 때는 찻잎을 좀 더 많이 넣으면 향이 가득한 차를 마실 수 있을 줄 알았고, 걸러내야 하는 찻잎이 아깝다는 기분에 여러번 우려 먹었었다. 하지만 그건 그냥 욕심일 뿐이었다. 너무 많이 우리면 차가 진해지고, 너무 오래 우리면 차 맛이 떫어진다.
어떤 일이든 욕심을 부리면 후회가 남기 마련인데, 차를 마시는 것에서도 다를 것이 없구나.
아, 차를 마시는 것은
마음의 차분함과 이어지는 것일텐데
욕심과는 더 거리가 멀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