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도련 그림일기
머리가 복잡해지고 마음이 급해져서 작업들을 잠시 내려 두었다. 나는 복잡한 일이 생기면 풀기 위한 방법을 찾기보다는 잠시 눈을 돌리곤 한다. 그 방법 중 가장 좋은 것은 큰 힘을 들이지 않는 작은 취미를 늘리는 것. 그래서 이번에도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볼까 싶어 검색을 해보았다. 재료가 많이 들지 않고, 손쉽게 할 수 있으면서 내 창의력도 조금 가미해야 하는 취미활동이 없을까.
저번에는 작은 정원을 만드는 테라리움 만들기를 해볼까 했는데, 유리병 안에 넣고 싶은 식물들을 구하는 일이 은근 손이 많이가서 포기하게 되었었다. (이정도보다 간단한 일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노우볼 만들기를 해보려 한다. 5000이면 가장 비싼 물건을 살 수 있는 생활용품점에서 재료의 상당부분을 싸게 구할 수 있고, 만드는 방법도 간단해서 30분이면 완성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번 취미선정에 합격인 것 같다.
이렇게 작은 시간을 들여서 하는 취미들이지만, 쌓일수록 추억을 쌓는 것 같아서 행복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사랑해주는 기분이 든다.
삶의 동선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생각을 하는 시간.
내 삶의 동선에 피해를 주지 않고, 그저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 힘을 만들어주는 시간.
어쩌면 이건 꼭 필요한 습관일지도 모른다. 주기적으로 그저 잠시 멈출 뿐이다. 잠시 멈추고 그 자리에서 작은 무언가를 나에게 선물하는 이 시간은, 여러 작업을 이어가면서 나무만을 보게 되는 순간에 잠시 멈춰서 한숨돌리며 숲을 보게 해주는 것 같다.
이번에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봄을 기억하며 벚꽃나무에 꽃잎이 흩날리는 스노우볼을 만들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