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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하 Nov 14. 2017

제주의 마음은 아름답다.






4-1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다른 길이 있을 거야.."
하지만 내 눈앞에 보이는 언덕을 넘지 않고는 갈 수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도를 계속 뒤적거렸지만 길은 하나뿐이었다. 자전거에서 잠시 내려 한숨을 푹 쉬는데, 지금 내 모습과 감정이 낯설지 않았다. 여행이 아닌 일상에서 큰 언덕 같은 사건이 닥쳐올 때 나는 어떻게 했었지? 돌아보니 나는 지도를 펼치고 다른 길을 찾으려 한 오늘처럼 일상 속 큰 언덕 앞에서도 피해갈 방법만 찾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오르막길이 있어야 내리막길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편하게 내리막길만 바랐던 것은 아닐까.




나는 실패를 미리 예방하는 것이라고, 인생 계획에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라는 변명으로 겁부터 먹고 피해 가는 법만 배워가고 있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다시 페달을 밟았다.


오르막길이 있어야
내리막길도 있다는 것.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마다 제주도는 그것을 끊임없이 이야기해주고 있다.




4-2 제주도의 마음은 아름답다.

      

자전거로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목이 타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은 맛집을 검색해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눈에 보이는, 그저 내가 보기에 좋아 보이는 곳에 들어가 보기로 계획했었다.

       

이층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음식보다는 가게의 분위기나 자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에게는 정말 만족스러운 카페였다. 금방이라도 그 바다에 뛰어들 수 있을 듯 애월 바다가 넓게 펼쳐져 있고, 눈을 감으면 바닷물이 발을 적실 듯 파도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풍경과 소리였다.


제주도에 도착해 처음으로 들어온 이 가게에 캘리그래피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카페에 들어오기 전에는 그저 앞으로 달릴 계획을 세우고, 정비의 시간을 갖고자 했지만,

이렇게 인연과 미소는 알 수 없는 곳에서 마주치는 것인가 보다.


캘리그래피를 액자에 쓰고, 앞으로 갈 길을 정비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기에 카페에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카페를 나오며 사장님께 액자를 건네드렸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분위기가 많이 산만하다며 연신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얘기하시는 사장님. 괜찮다고 얘기하며 인사를 건네고 나와 자전거에 몸을 싣는 나를 붙잡으셨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오셔서는 여행하며 출출할 때 꺼내 먹으라고 수제버거를 건네주셨다.


제주의 마음은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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