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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하 Jan 23. 2018

같은 길 위에서 만났으니까

두 손이 따뜻해지는 오늘





우리는 같은 길 위에서 만났으니까.






이제 자전거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갈 시간이 되었다. 나는 자전거를 반납하기 전에 잠시 가까운 해변을 찾았다. 오늘 떠나면 또 언제 제주를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가기전에 한번 더 제주의 바다를 보고 싶었다. 보통의 속도와 소리로 파도치고 있는 해변에 서서 노을로 들어가고 있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짧은 지난 여행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겁을 먹고 달리기에만 집착했던 첫날, 포기 할 생각으로 빼곡히 수놓던 깊은 밤들, 아낌없이 제주를 나눠주던 사람들, 나의 여행에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던 수많은 인연들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여행은 나조차도 몰랐던 나와의 만남.


 지나가는 여행의 기억들을 모두 노을 속으로 보내고,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그때 멀리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지난 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수다도 떨고 함께 고기도 구워먹은 한 숙박객이었다. 우리는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눴다.


" 여기서 또 만나네요! "
" 그러게요, 오늘 육지로 돌아가세요? "
" 네,네. 저도 오늘 돌아가는 날이에요. 비행기 시간이 조금 남아서 가까운 해변이 없나 찾아보다가 들렸어. "
" 저도요. 이대로 그냥 떠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아서 남은 시간에 좀 더 눈에 담아 가려고 왔어요. "
" 맞아요. 그런데 자전거를 타고 오셨을텐데, 정말 빨리 오셨네요! "


우리는 하루도 아닌 하룻밤에 친해진 인연이었지만, 오랜 친구처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는 여행의 마지막시간을 함께 아쉬워하며, 짧은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다음에 또 제주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서로의 길로 돌아섰다.


여행으로 만난 인연은 짧은 시간동안 몇년 사귄 친구만큼 가까워진다.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가야하는 여행자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우리에게 주어진 하룻밤에 나를 보여주고 나를 나눠준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이 끝난 후에도 가끔씩 연락을 하면서 마치 어제까지 함께 길을 걷던 사람인듯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그래도 어색하지 않다. 적어도 우리는 같은 길 위에서 만났으니까, 그리고


언제든 다시 그 길 위에서 만날 수 있으니까







제주일기




작게만 느껴졌던 이곳에
별처럼 많은 사람이 있어.
그리고, 가끔씩 들려오는 너의 소리에 두 손이 따뜻해지는 것 같아.












-
3박4일의 짧은 제주도 자전거 여행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주 휴재 후 제주도 한달살기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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