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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해

2022.04.18

by 도하




나는 꾸준함의 힘을 믿는 사람이었어. (여기서 과거형을 쓴 게 포인트야.) 내가 (부끄럽지만) 책을 두 권이나 낼 수 있었던 것도 꾸준함의 힘이었다고 생각해. 지금 다시 책을 읽어 보면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고 미완성된 책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그림을 그려 책으로 묶어 본 것은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해. 그런 내가 요즘 내가 다시 시작해 보고 있는 것이 바로 꾸준함이야. 즉, 요즘 나는 꾸준함이 부족하다는 뜻이지. 나의 무기였던 꾸준함은 왜 무뎌져 버린 걸까?

생각해 보면 마냥 귀찮아서 무언가를 꾸준히 하지 못하는 건 아니야.

그럼 왜 꾸준히 못하는 걸까?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겁이 많아지고 눈치를 더 많이 보게 되더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도 눈치를 보는 나를 발견했어.


'이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그림인데?'

'이런 글을 누가 읽고 싶어 하겠어.'


아무도 나에게 부족하고 미숙하다고 얘기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눈치를 보고 겁을 먹고 있었어.

그럼 마음을 갖다보니 꾸준히 하던 것도

시들해졌던 거야.


내가 처음 쓴 책의 제목은 <미안해, 아직도 나를 알아가는 중이라서>야. 책을 쓸 때에 나는, 오늘 완벽해 보여도 내일이 되면 어제의 내가 부족해 보이고 미완성된 나라고 생각했어. 그럼에도 그런 내 모습을 사랑해서 꾸준히 기록으로 남겼지. 그때는 알고 있었는데, 왜 지금은 잊어버린 걸까? 나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 말이야. 지금의 내가 있는 것도 첫 책을 쓰고 그릴 때 부족하고, 미숙한 나를 꾸준히 기록했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해.

이런 내 모습도 미래의 나에게는 얼굴이 빨개질 부끄러운 과거의 글과 그림일 수 있겠지만, 꾸준한 기록의 힘으로 더 나은 미래의 나를 꿈꿔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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