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편지
나에게 보내는 열 번째 편지
친구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어. 자동차나 비행기를 탔을 때 잠이 오는 건 멀미를 해서 그런 거래. 나도 버스만 타면 잠이 쏟아지는데, 멀미로 인한 고통이 오기 전 잠에 빠지는 걸까? 그런 거라면 좋은 거잖아. 그렇지?
멀미가 오기 전 잠에 빠져드는 것처럼 나에게도 비슷한 능력이 있어. 나는 걱정을 금세 잊어버리는 능력이 있지. 걱정이 가져오는 고통이 오기 전에 그 순간에서 벗어나는 거야. 마치 잠에 드는 것처럼. 물론 완벽하게 그 걱정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야.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걱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잊어버리는 것 같아.
삶을 살아가면서 여러 경험을 하고, 시각과 마음을 유연하게 넓혀가면서 작지만 다양한 능력이 생기는 것 같아.
처음 사회에 발을 디뎠을 때는
'몸이 두 개가 되는 초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한 명은 잠을 자고 한 명은 일을 할 수 있게.)'
'시간을 멈추는 초능력이 있으면 좋겠다.(시간을 멈추고 할 일을 할 수 있게.)' 같은 상상이 가득했어. 하지만 그런 능력이 생길 리는 없지.
생길 리는 없지만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이겨내던 지난날들은, 초능력 대신 나만의 능력을 갖게 해주었어.
관계를 읽는 능력.
나를 지키는 능력.
일상을 싱그럽게 만드는 능력 같은 것들 말이지.
지금도 삶에게 지는 순간들에 초능력을 원하며 살아가곤 있어.
하지만 나의 생각이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순간을 이겨내면 어느새 나의 주머니에 들어 있을, 삶을 살아가는 나만의 능력을 만나게 될 것을 알고 있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