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편지
나에게 보내는 열한 번째 편지.
몇 해 전 여의도에서 열리는 불꽃놀이 보러 간 적이 있어. 불꽃놀이를 보다가 지하철 막차를 놓칠 것 같아 중간에 빠져나왔지.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전철을 탔어. 여의도를 바라보며 다리를 건너던 중 전철의 불이 꺼지고 이런 방송이 나왔어. '지금 여의도 불꽃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열차에 불을 끄고 조금 천천히 달리겠습니다. 창밖으로 불꽃놀이를 감상해 보세요.'조용히 흘러 나오는 방송에 스마트폰만을 바라보며 축 처진 어깨와 무표정인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내려두고 고개를 들었지. 어두워진 전철 안은 그 어떤 불빛도 보이지 않았고, 폭죽이 터질 때마다 어둠을 스쳐 오는 작은 빛들이 미소를 짓는 사람들의 얼굴을 비추었어.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이런 대사가 나와.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 트여도 살만하잖아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주면 고맙습니다 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눈떴을 때 아 오늘 토요일이지,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워요 그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
뭐든 한 번에 이루려고 하는 성격이 문제가 될 때도 있어.
행복한 순간을 최대한 만끽하려고 하고, 뭐든 완벽하지 않으면 실패한 순간이라고 여겨버리는 성격.
힘든 순간 중간에도 행복을 저장할 수 있음을 잊지 않고 싶어.
그게 3초든, 1초든. 모으고 모아 5분이 될 수 있는 작은 행복과 설렘이 언제든 있을 수 있고,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하이라이트를 보지 못해 아쉬움과 실망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잠시 만났던 전철 속 불꽃놀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