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웃으면서 마주하는 방법

연분도련 캘리에세이 #36

by 도하




철학자 플라톤은 글을 파르마콘 (pharmakon; 인간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해가 되기도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가슴 아픈 말을 꺼내야 할 때, 또는 아쉬운 이야기를 해야 할 때 글로 먼저 적어봅니다. 적어내려간 이야기가 파르마 콘이 되어 나에게 그리고 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는 거죠.
글을 다 쓰고 나면 참 신기합니다. 메모장을 가득 채운 글들은 (아직 전달되지도 않았는데) 마치 친한 친구에게 걱정을 다 털어놓은 것처럼 가벼운 마음을 만들어줍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마음에 있던 무거운 돌을 메모장으로 옮겨 놓은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나서야 조심조심 다시 한 번 글을 읽어봅니다. 나에게는 속 시원한 시간이 되어준 글이 그 사람에게 전해질 때도 좋은 영향으로 (물론 좋은 말들은 아니지만... 후에 우리의 관계에 있어서 '좋음'인지) 전달될지 살펴봅니다. 그 사람에겐 어떤 파르마콘이 될지.
하지만 90%는 글을 지웁니다. (혹은 묻어 둡니다.) 그 사람에게 좋지 않은 파르마콘으로 전달될 거라는 생각 때문이라기보다는 글을 다 쓰고 난 후에는 그 사람을 다시 웃으면서 마주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좀 단순하죠.


그래도 이거 참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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