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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니즘에 이골이 난 돌멩이의 잃어버린 일기장

020. 성장 이라는 게 대체 뭔지 아우 진짜 지긋지긋해느려터져가지고정말

by 한량돌

흙 괴물이 나타났다.

나의 물주먹으로 흠씬 혼내주었다.

KakaoTalk_20241128_000816798.jpg 아오




#함께하면 더 좋을 플레이리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jTOcPBhs3R4&t=674s

<귀환 | 포스트 아포칼립스 - 우주 감성 앰비언트 8곡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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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다. (두근두근)

근데 양이 꽤 많은데..?


안전 운전하라며 친구가 보내준 뉴스를 보고서는 깜짝 놀랐다.

'빙판길 53중 추돌 사고 발생'이라니...;;

살살 조심히 걸어 다니고 항상 차분한 마음으로 운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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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어떻게 먹고살지 진지하게 고민하던 시절부터였을까.

매 해 주기적으로 깨닫는 것이 있다.

모든 육체적인 배움에서 통하는 기초적인 진리가 있다는 것.


바로 몸에 불 필요한 힘을 빼는 것.


특히 운동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당구를 치든 골프를 치든 축구를 하든 탁구를 치든..

임팩트? 타점? 그건 이후 문제고 일단 자연스러운 자세를 익히는 게 최우선이라고 숙련자들은 말한다.

자세가 한 번 잘못 잡히면 바로잡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그런 탓에 실력이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한다.


그렇게 그 순간 많은 사람이 포기를 한다.


지금까지의 내 삶은 이랬다. 진득허니 꾸준히 뭘 해본 적이 없다.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성미가 양은냄비 같아서 확 불타올랐다가 순식간에 꺼진다.

서른 중반을 바라보는 이 시기에 만난 도자기도 그렇게 될까 봐 두렵다.

물레질 역시 불필요한 힘을 빼고 자신에게 적확하고 안정적인 자세로 하는 거니까.


난 재능도, 손재주도 없는 걸 안다. 당장 악기 다루는 것만 봐도 그렇다. 늘 곁에 품고(팽개쳐두고) 살지만 편안하게 다룰 수 있는 게 없다.


푸바오도 그랬다. 넌 재능은 없다고.




물레 앞에 앉아 흙덩이를 만지다 보면 지금 내 정신 상태가 그대로 투영된다.

차분한 마음일 때는 흙도 차분하다. 시원하게 물을 주고, 흔들리는 중심을 잡아주기를 가만히 기다린다.

뭔가 복잡하고 나쁜 기분일 때는.. 그래, 그 시간 그 삶에 이골이 나 있을 때는 흙이 괴생명체가 된다. 그만 건드리라며 내 손을 격하게 밀어낸다.

(흐음.. 내 마음을 이렇게 쉽게 눈으로 볼 수 있다니 역시 매력적인 것 같단 말이지..?)


도자기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고 벌어먹을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지만

난 오래도록 물레질을 주 종목으로 하는 흙쟁이로 살아가고 싶다.

나는 그저 내 가슴이 시키는, 그때그때 스스로가 바라는 기물을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공동구매도 싫고 양산도 싫다 이거야! (이 뉴비가 아직도 현실을 외면하고 무스..ㄴ...)

소소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지인들에게 선물도 해주고, 탁월한 실력을 갖춰서 나의 이야기가 담긴 굿즈를 만들고 싶다. (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이 쓰는 그릇이라.. 굿즈로 얼마나 멋진가?)


아무튼.. 탁월한 실력으로 밥 벌이 하면서 뜻깊고 뿌듯한 마음을 느끼는 하루를 위해서라면 (아 라면 먹고 싶다..) 충분한 시간 투여는 필수니까.. 나 좋자고 하는 거니까.. 진득허니 물레 연습 해야겠다. 연습 일지도 꼭 쓰고.



어찌 보면 불필요한 힘을 빼는 것은 정신적인 배움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현상에 반응할 때 '그간 나를 이루던 고여있던 관념 체계'가 불필요한 힘이라면

'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는 태도'가 더 나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시작점이지 않을까?


그래. 지금까지 나를 너무 비관적으로 몰아세운 것일지도 몰라.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실패! 인 경험들만 가지고 나를 판단할게 아니야.


재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하루 두 끼 라면으로라도 때울 수 있다면 (아 라면 먹을까..)

본인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맞는 거 아닐까.

워낙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한 우물 열심히 파다 보면 충분히 먹고살 수 있다는데

그럼 내가 좋아하는 걸 계속 파보면 되는 게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좋아하는 이것저것에 발 딛어 본 거고, 땅에 머리 박고선 앞 뒤 안 가리고 열심히 달린 적도 분명 있잖아.

밤 새운 시간으로 피어난 내 유튜브 채널 영상들, 미공개 습작곡들이 남아있고

그런 경험들로 비벼진 나만의 색깔이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잖아. (저도 비빔인간입니ㄷㅏ...)


이런 내 삶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도 있고, 가족들도 내 삶을 존중해 주는데

대체 뭐가 문제야. 어떻게 해야 할지 이미 잘 알고 있고, 잘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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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약에 비약이 판치는 이번 일기. 절대 다시 보지 말아야지. 이 밤에도 너무 오그라드네..)




으아아함..

이제는 불필요한 힘을 빼러 침대로 가자.. (아 그냥 라면 먹을까..)

내일은 벌써 금! 요! 일! 키히히.

고생 많았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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