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8. 측정되지 않은 행복은 관리될 수 없다
이게 바로 그 원통 뽑기라는 건가?
#함께하면 더 좋을 플레이리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QUQn7UabNlA
<J Rabbit - '내일을 묻는다'>
이번 주말, 오랜만에 멍 때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때 질문이 떠올랐다. 사람들이 '행복하다. 행복하다.' 하는데
그렇다면 나는 어떤 이유로 행복해지는 인간인지 궁금해졌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피터 드러커 아조씨의 말씀에 적극 동의하는 바,
일단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마다 바로바로 적어보았다.
막상 해보니 예전에 한참 유행했던 '모든 일에 긍정 마인드 가지기'(?)가 되어버렸는데..
뭐 그런 느낌을 원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일단 적어보았다.
-올림픽공원에 오기 전 복권 명당이라는 곳에서 연금복권을 샀다. 발표일인 목요일을 기다리며 망상에 젖을 수 있어서 좋다.
-요즘 짧디 짧은 가을을 물씬 느끼는 기분이다. 비는 좀 많이 오지만;; 가을 낙엽 보며 걸으니 좋다.
-잠시 의자에 앉아 쉬어서 좋다. 오래 걸어 뜨겁던 발을 식혀줘서 좋다.
- 샤르르 내리는 비를 피하는 처마가 있어서 좋다. 콘서트를 맞이하야 마침 비가 오는데 (윤하는 유명한 우천여신임.) 그래서 촤악 가라앉은 이 분위기가 오히려 좋다.
- 가수의 무대에 울고 웃고 감탄할 수 있는 감수성이 있는 내가 좋다.
- 늦은 밤 찾아가도 항상 반겨주는 친구 부부가 있어서 좋다.
- 만나서 야식을 시켰는데 닭은 참 발도 맛있단 말이지.. 닭아.. 너 고맙고 좋다.
- 신경치료 폭탄 대기 중인 내 어금니가 아직은 통증을 호소하고 있지 않아서 좋다.
- 오늘은 날씨가 서늘해서 좋다 노래가 귀에 더 잘 박힌다.
- 백종원 아조씨의 롤링파스타를 처음 갔다. 생각보다 싸고 맛도 있어서 좋다.
- 친구부부네 새 집 위치가 우리 집에 더 가까워서 이따 집 돌아가기 더 수월해졌다. 개꿀이다.
- 등 따숩고 배 부르고 화장실 다녀와서 기분이 좋다.
- 어쩌다 보니 바로 집에 복귀 안 하고 같이 인테리어 돕다가 해가 졌다. 그 김에 근처 묵은지 삼겹살 집에 갔는데 맛이 아주 좋았다.
- 집에 돌아와서 씻으니 10시가 넘었다. 내일 모델링 수업이 있는데 숙제를 이제야 한다.. 12시가 다 되어가지만 그래도 실력이 좀 늘은 것 같아 좋다....
이렇게 이틀간 행복했던 순간을 글로 남겨보니 이게 웬걸?
하루를 꽉 채워주는 어떤 '만족감' 같은 것이 내내 이어졌다. 나 꽤나 행복하잖아? (일을 안 해서 그런가?)
어디서 돈이 생긴 것도 아니고 (아 복권명당 제발 갑자기 일기 안 쓰면 난 당첨된 거임) 깜깜한 미래가 밝아진 것도 아니지만, 아무튼 만족스러운 하루라는 기분을 느낀 게 얼마만인지.
그리고 일상을 지배하던 '우울할 이유'도 어디로 멀리 가고 없다.
이틀 이렇게 써본 걸로 벌써 정신 치료까지 된 느낌이다.
그래, 요즘 나는 참 좋다.
이렇게 종종 행복감을 곱씹어보자고!
(이땐 내가 급발진 사고 낼 줄 알았겠냐구..)
<출처>
광주 규돈 묵은지 삼겹살 사진 - https://m.blog.naver.com/babyyujin1/222977603950?view=img_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