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9. 요즘 주변 근황 2
소설 연재를 또 실패했다. 무슨 처음부터 이래 막히는 거야.. 이놈의 게으른 완벽주의..
주말에 걷기 영상도 못 올렸다. 토요일에 뚜벅이로 서울 갔다가 외박하고
다음 날 점심쯤에서야 집에 들어와 느지막이 편집을 시작했다. 꾸벅꾸벅 졸다가 에이씨.
여전히 편집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무리인 걸 알고도 나가서 놀아버린 게 화근이다. (하기 싫으니까 밖으로 돌지..)
재미가 없으니 창작은 더디고, 역설적이게도 재미를 느끼려면 내 안에 있는
창작욕을 다 뱉어내며 똥이든 된장이든 창작물을 쌓아가야 하는데..
조급해하지 말자고 해놓고 벌써 몇 년을 보냈는데..
이번주는 어떻게 해서든 소설 연재를 성공하고 영상도 올릴 거야.
그리고 다음 일기장엔 나의 '걷기' 취미를 기록할 거야. 독해져야 해.. 쌓아가야 해..
#함께하면 더 좋을 플레이리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NagFnF9i_D4
<모닥불 앞에서 듣는 잔잔한 로파이 음악� cozy lofi BGM, warm, winter cabin, relaxing, 배경음악, 카페음악, 로파이, 조용한음악, 휴식음악 - cozy_breezy>
오늘은 작업장 근황 위주로 일기를 써보려 한다. 아.. 생각만 해도 벌써 한숨이.
본인이 이러니 작업장 사람들의 한숨이 더 짙게 느껴진다.
생맥주라도 걸치며 일터에서 보내는 하루를 고자질할 상대는 없다. 일기만이 내 건배 상대일 뿐.
자, 씨원하게 한 잔 하자~
우리 작업장은 공동구매 행사와 백화점 팝업을 앞두고 있다.
정신없이 포장할 준비를 다시 시작해야 하고, 동시에 넘쳐나는 B급 속에서 보석들을 잔뜩 꾸려 서울로 가야 한다.
공동구매는 약 1주일 간, 팝업은 설 명절 지나 2월 초까지 잡혀 있다. 두 행사 일정이 겹친다.
유일한 30대인 나는 백화점으로 가야 한다. 별 수 없다.
초롬이모가 나간 뒤, 내가 도맡아 하던 택배 업무를 누군가에게 위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까짓 거 뭐 아무나 적당히 싸서 보내면 되는 거 아닌가.' 할 수도 있다. 나도 진짜 그러고 싶다.
일부 못난이 MZ처럼 책임감 따위 훌훌 던져버리고 될 대로 되렴~ 하고 싶다.
그렇지만 주 사업 모델이 온라인 판매인 우리 브랜드에게 있어 택배 출고업무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신경 쓸 것이 얼마나 많은데.
물론 푸바오는 내 생각만큼 깊게 여기지 않는 것 같긴 하지만..
아 근데 요즘 진짜 아침마다 왜 이렇게 틱틱대는지.. 왜 직원들한테 느끼는 불만을 나한테 풀어내는 건지..
한참 뒤에 생각해보면.. 그의 스트레스를 받아주는 게 내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 왜? 피곤해 몰라 아휴 내가 좀 말을 생각 없이 해 ~ 아 진짜 자꾸 머리에 빙빙 돈다 요즘..
1년도 안 됐고 받아준 건 고맙지만 다 떤지고 어디로 훌쩍 가버리고 싶다.
아무튼 상황이 그런고로 택배 업무는 랄라이모가 맡게 되었다.
작은 체구지만 근성 있게 나서서 직접 하려고 하는 태도와 꽃분할매에게도 지지 않는 아우라가 푸바오의 눈에 들어온 듯하다.
개풀 가장 젊은 이모님이기 때문에 택배를 맡은 게 크지.
그리하여 요즘 한창 그릇 종류와 이름을 익히는 것은 물론이요, 택배 출고 업무 전반에 걸쳐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계시다.
정상화가 될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평소 열심히 하시는 것을 알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이것저것 알려드리며 돕고 있다.
이모님이 어느 날 한숨을 쉬며 이런 말을 했다.
- 이거 택배 시작한 뒤로 8시면 곯아떨어져요. 도저히 깨어있을 수가 없어. 하하!!
고생 많으십니다. 이모님.
이모님도 안 계시면 여기 망해요.
여러모로 참 감사드립니다.. 파이팅!
다음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다.
바로 깔깔이 형님.
내가 맨날 죽는 얼굴을 하고 있어선지 계속 사람을 더 뽑고 있다.
하지만 필요한 젊은이들은 이런 일에 관심도 없고, 경력자들은 귀하기만 할 뿐..
밖에서 달달 떨며 상하차를 하고 있던 어느 날,
- 예, 어떻게 오셨어요?
- 아, 여기 면접 보러 왔습니다!
깔깔이를 입고 온 아저씨가 면접을 보러 왔다고 했다.
그 뒤로 여러 명이 왔었는데 이 아저씨가 가장 마음에 들었나 보다. 다음날 바로 출근을 하셨다.
푸바오는 그가 낯이 익은 눈치였다.
- 기억을 못 하는 건지.. 안 나는 척하는 건지.
- 예? 아시는 분이셨어요?
- 가까운 사이는 아닌데 뭐, 그런 사람 있잖아 양아치인데 착한 형?
-... 그런 게 어딨겠습니까. 양아치는 양아치지..
푸바오 기억엔 분명 흔히 말하는 '놀던 형'이라고 했다. 그래. 거칠어 보이긴 했다.
역시 사람은 오래 보아야 안다지만, 그분 나이도 나이이고 아직까지는 같이 일을 할 때 불편함은 없다.
나를 충분히 배려해 주시고 부탁드리는 일은 꼼꼼하고 똑똑하게 알아서 잘해주시고 있다.
그리고 힘쓰는 일의 반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매일 느낀다..
앞으로 깔깔이 형님이 어떤 활약(?)을 할지는 나로서는 예상이 어렵지만
우리의 이야기가 긍정적으로 흘러가길 바라며.. 내일도 같이 열심히 그릇 날라보자고요 형님!
항상 마지막 이야기가 제일 재밌는 거 알죠?
작업장 내에서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습니다.
나는 이것을 내가 본 대로, 들은 대로 기록할 것입니다.
요즘 날뛰는 가마 덕에 받는 불량품 스트레스만큼이나 푸바오를 힘들게 하는 상황이 있다.
이모님들의 파벌 싸움? 편 가르기?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원래도 편은 나뉘어 있긴 했었다.
작업장 빌런을 필두로 한 '꽃분할모파'와 공장장님의 부인인 '맥주싸모파'.
몇 개월 전 까지는 꽃분파에 초롬이모가 속해있었고, 맥주파에는 랄라이모가 속해있었다.
요즘은 꽃분할매가 자신의 비어있는 옆자리에 랄라이모를 앉히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녀는 홀로 굳건한 인간이다. 그녀는 세력 상관없이 모두를 욕하기 때문이다.)
현재 작업장에 남자가 넷 있고 여자가 넷이 있다.
남자들은 딱히 어느 편에 들지는 않는다. (.. 내가 관심이 없는 건가?)
맥가이버 공장장님도 술에 취하면 '우리 작업장엔 사장이 너무 많다며,
맥주싸모님을 비롯한 여자들이 특히 문제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기우는 건지, 얼마 전 꽃분할모님이 올해 초 예정된
예약 퇴사(?)를 번복하고 4년 계약 연장(?!!?!!)을 요청하는 회담을 가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볼멘소리로 담배를 태우며 이렇게 말했다.
- 사장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을 못해! 3개월 치 월급을 줘서라도 내보내야 될 사람인데!
나도 솔직히 꽃분할매가 처음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젓는 빌런이라고 생각하는데
푸바오 입장에는 초창기부터 도와줬던 인연도 있고, 실력이 만족스럽지 않긴 해도 이 분이 없으면 작업장이 안 돌아갈 것 같다는 판단에 쉽게 내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무튼 그 계약 연장 회담이 있던 다음날, 시위라도 하듯 맥가이버와 맥주싸모 두 분 다 출근을 거부했다..
갈등이 더 깊어진 사건이 하나 더 있다.
초롬이모가 나가게 되면서, 맥주싸모 측의 공천(?)을 통해 경험이 많다는 '온화할모님'이 새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아.. 실력은 둘째치고 또 꽃분할매가 괴롭히면 어쩌나 모두들 걱정이 되었다.
그녀의 출근 첫날, 그 둘 사이에는 역시 묘한 기류가 흘렀다. 암사자끼리의 탐색전이었다.
분위기를 살피며 멀리서 그녀들의 대화를 지켜봤을 때, 마침 서로 동갑임을 확인하고
친구로 잘 지내보자는 꽃분할매의 말이 들려왔다. 오 그럭저럭 잘 지나가나 싶었다.
아, 그런 건 없었다.
며칠 후 아니나 다를까 못하겠다고 한 달까지만 하고 나간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여기(우리 작업장)는 서로 날카롭게 대한다.', '공정이 까다롭다.', '꽃분할매가 힘들게 한다.'와 같은 이유였다.
꽃분할매는 온화할매의 실력에 의심을 품었다.
'생각 없이 그냥 와서 대충 시간 때우고 가려는 것 같다.', '경력이 몇십 년이라는데 전혀 일머리가 없는 것 같다.'며 푸바오에게 어필했다.
온화할매는 자신을 내보내게 하려고 꽃분할매가 작당모의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자체적인 판단의 결과는 '사장 말만 들을 거다. 당신들이 뭘 가르치던, 나가라고 하던 사장 말만 듣겠다.'라는... 그야말로 불난 집에 기름을 뿌리는 말이었다.
엄마 뻘의 여인들의 갈등에 푸바오야 눈을 감을 밖에.
한차례 소동이 있은 뒤에 맥주싸모와 꽃분할매의 기싸움은 점점 심해졌다.
어느 날엔 맥주싸모가 주변 사람들에게 일을 이렇게 저렇게 할 것을 지시했고,
꽃분할매는 '네가 뭔데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냐.'라며 잠시 분위기가 엉망이 되었다고 한다.
머리채만 안 잡았지 이건 뭐..
분위기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고, 소통 없이 편을 갈라놓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의 말과 행동을 판단하고 욕하고 있다.
(무조건 중립을 선언하는 나에게도 들릴 정도면..)
푸바오가 외출하고 돌아오는 날에는 항상 나에게 사람들 별일 없었는지를 묻는다..
나를 포함하여 일하는 사람들이 이 모양이니 그릇이 예쁘게 나올 수가 없지..
어느 날 꽃분할매가 독감 이슈로 조기 퇴근을 했던 날이 있었다.
마침 이 날 점심시간엔 나와 헛기침아재, 랄라이모와 온화할모님 넷 뿐이었다.
밥 먹는 동안 근황 얘기가 나오니 없는 사람 욕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꽃분할매가 원래 좀 그렇다며 다들 온화할매를 위로하고 다시 잘해보시라는 분위기였다.
이 때는 나도 온화할매 편을 좀 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저도 그분 덕에 딱 한 달째 일하고 그만두고 싶었어요.. 힘든 부분 있으시면 말씀해주세요. 저도 최대한 도울게요.
그날 점심밥은 참 맛이 읎었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사무를 보고 있는데 헛기침아재가 찾아왔다.
- 돌멩아, 사회생활 차암 힘들지? 어딜 가나 저런 사람들이 있어~ 버티고 지내다 보면 다 지나간다~
헛기침아재의 한숨 섞인 위로에 난 한숨 섞인 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 예.. 좋은 날 오겠지요..?
에효.. 고생 많았습니다.
죽는소리 충분히 했응게 열심히만 말고..
즐겁게.. 뿌듯하게 일 하자 나도.
오늘은 바로 안 잔다.
30분이라도 영상 편집하고 자야지.
나는 독한 돌멩이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