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 헤어질 결심
끼앗호!
나, 평일에도 영상 편집 작업을 해낼 수 있구나..!
얼마 만에 올리는 영상인지. 아주 대견한 순간이다.
숏폼 콘텐츠가 판치는 세상에서 이런 긴 영상을 올리는 게 답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괜찮다. 내가 뭐 전업 유튜버도 아니고.. 아, 곧.. 그쪽으로 가게 될 수도..?
아무튼 영상 경쟁력 고민보다는
계속 해내는 경험
창작물을 쌓아가며 조금씩 향상되는 경험을
스스로에게 느끼게 해 주는 게 1차 목표니까 이미 목표는 이룬 셈이다.
내가 즐기는 이 아름다운 취미들을 계속 누리면서 살 테야.
-> 이건 어제 써둔 글이었는데 결국 영상은 못 올렸다..
한 4시간 뒤에 서울 출장 가야 하는 상황에서 아직 반 밖에 편집을 못했다.
이건 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일기를 쓰고 어여 자야겠다고 결심했다..
매일 밤에 퇴근하고 조금씩 해서 마무리 짓자.. 급할 거 뭐 있겠어. 꾸준한 게 중요한 거지.
#함께하면 더 좋을 플레이리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EQFNm5bT5j0
<[Playlist]자기전에 듣는 로파이 [Lo-fi] Mix - 견백Gyeon100>
어금니가 깨졌다.
어.. 그러니까 우측 아래 맨 끝 어금니 바로 앞의 이의 측면이 깨져버렸다.
허기를 달래려 우적우적 몽쉘을 입에 넣다가
갑자기 와작 소리가 나서 보니 내 잇조각이었다,,
지난 늦가을 갑자기 아래턱이 부어 치과를 갔었는데,
이건 신경치료를 해야 한다고. 비용은 4~50만 원 들 거라고..
빨리 치료해야 맞지만 연말에 약속도 많았고, 지갑과 마음의 여유가 없어
잇몸이 계속 부어올라있는데도 방치하고 있었더니 이가 결국 파업 선언을 한 것이다.
2월 초까지 계속 출장을 나가야 해서 치과치료는 어려운데..
다행히 통증은 없는 상태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주라 어금니야.. 이것만 끝나고 바로 갈게..
본론으로 넘어가서..
- 아이고 몇 년 해보지도 않고 무슨 퇴사야
- 참을성 없는 놈. 그럼 그렇지 네가 뭘 한다고.
- 요즘 것들이 그렇지 뭐..
- 지인 찬스 아니었으면 너 여기 오지도 못했어. 너 같은 걸 어디서 써줘?
뭐.. 별 수 있나.
그래도 나는 내 안의 소리를 외면할 수는 없는 놈이다.
여기선 내가 원하는 걸 찾을 수 없는 것 같다.
이 상태로 반복될 근로 환경에서는 더 갈리면 갈렸지, 내가 얻고자 했던 것들을 얻을 수 없어 보인다.
가맛불 잡는 방법, 유약 타는 방법, 흙 토련하는 법 등 도예 기술들을 익히기 위해
어깨 너머 익혀 보고 몇 번씩 해보기도 했지만,
우리 작업장 특성상 나 같은 초짜가 생산을 하기엔 좀 아쉽고
그쪽보다는 젊고 힘이 있으니 영업, 재고정리, 문서 업무 같은 일로 종일 삐대고 다닌다.
아 상황 다 알겠는데, 솔직히.. 솔직히 너무 힘들다.
요 근래 생각들이 맴돈다.
난 안정적인 직장의 직원이 되고 싶었던 것도, 내 브랜드를 만드는 사장이 되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난 흙 만지러 왔는데.. 왜 이렇게 부서져라 갈리고만 있는 걸까. 여기서 지금 왜 이러고 있는 걸까..
시간이 갈수록 내 주변도, 나 스스로도 챙기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퇴사 결심은 오늘 벌어진 사소한 사건 덕에 벌어졌다.
푸바오 밑의 매니저님들 둘과 내가 있는, 홍보 및 운영 관리 등의 업무를 위한 카톡방이 있다.
푸바오의 지시를 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그 카톡방에서 평온매니저님에게 부탁드릴 일이 있었는데
푸바오의 변덕으로 계속 내용이 수정되어서 다시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서 내가
- 혹시 다 만드셨을까요? 자꾸 내용 수정 되어서 지송 합니다..
라고 톡을 올렸다. (아, 그 매니저님은 만들지도 않았어서 더 열받았다. ^_^)
그러더니 곧장 푸바오가
- 뭐가 ㅈㅅ?
이라고 톡을 보냈다.
나는 여러 번 업무 반복하게 만들어 미안한 마음에 그렇게 썼다고 말했더니
- 그러려고 월급 주는 거야 ㅎㅎ
라고 말했다..
이게 그렇게까지 분노할 일일까. 과민 반응 아닐까 싶지만
그가 나에게 개인적으로 하는 말도 아니었고 (그랬어도 열받았을 것 같다.)
관계자들 다 보는 톡방에서 굳이 저렇게 뇌 빼고 말을 해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요즘 계속 스트레스 터지는 하루를 사신다고 그걸 직원들이 다 이해해줘야 하나?
역시나 카톡방은 한동안 조용했다.
이 일이 있고 난 직후 나의 깨져버린 어금니처럼
몇 달 동안 보글보글 온도를 올려가던 내 머리통이
마침내 끓는점을 넘어서서
팡! 하고 터져버렸다.
이 사람 나는 오래 못 보겠다.
도자기는 따로 돈 주고 수업을 듣는 게 실력 향상에 더 도움 될 것 같고
밥 줄은.. 차라리 배달을 하거나..
아, 집 앞 마트에서 남자 구하던데 차라리 짐꾼 일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겁은 안 난다. 나는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렇게 살아왔고.
내일의 무직 상태를 체감하지 못해서인지
불안함은 온데간데없고 평소의 거친 마음은 한층 편해졌다.
푸바오와 이 작업장에 마음이 떠나서일까.
왜 이렇게 사람 싫은 모습만 보이는지..
전열기 안 끄고 다니는 것도 꼴 보기 싫고
주변 환경 더러운 것도 짜증 나고
전화받으며 한숨 쉬는 것도, 계속 앓는 소리를 내는 것도 더 크게 부각되어 보인다.
작년 이맘때는 분명 감사한 사장님이었는데..
아니, 일단 푸바오의 삶 자체가 너무나 불행해 보인다.
나는 요즘 행복보다 평온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가려고 노력 중이긴 하지만.. 평온해 보이지도 않는다.
곧 임금이 인상될 예정인데도, 나 좀 편하게 일하면서 개인 작업 할 수 있게 환경 만들어준다고 해도.
그냥 그만두고 싶다.
내 입도 너무 거칠어졌다. 안타깝게도..
뭐만 거슬리면 18이 튀어나와 깜짝 놀란다.
평온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제 퇴사를 준비한다.
3월 초까지 작업장이 정말 바쁜데, 그때까지만 일하고 그만두겠다고.
요즘 푸바오가 이래저래 너무 힘들어하니.. 적당한 퇴사 선언 타이밍을 잘 잡아야겠다. 아무튼 빨리 말해야지..
결국 본인을 구원하는 건 스스로가 해야 할 일이다.
나는 또다시 새로운 곳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