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 쓰! 는! 게! 제일! 좋! 아!
# 함께하면 좋을 배경 음악
https://www.youtube.com/watch?v=npiaimYCV_8&list=RDnpiaimYCV_8&start_radio=1
<fill in the _. - home_____. | Peaceful acoustic>
부여 상상위크 4일 차가 밝았다.
첫 스케줄은 ‘객제’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는 대표님과의 만남 시간.
이 분도 연고가 없으나 부여에 자리를 잡고 전통주 사업을 꾸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전통주 사업에 뛰어들기 전에는 개발자로서,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큼의 성과를 이뤘던 사람이기도 했다. 사업을 마무리를 한 뒤, 공허함에 찾았던 전통 주점에서 느낀 우연한 감상으로부터 새로운 꿈이 시작되었다는 그.
일정 중 그 어떤 인터뷰 보다도 2주 살이 멤버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시간이었다.
좋은 인상과 달리 스타일 내기엔 그다지 관심이 없는 듯한
반삭 머리 동년배의 남자. 그에게 느낀 점은 이렇다.
1. 의미 없는 발버둥은 없다.
막막했던 사업 초기의 그는 브랜드 성장을 위해
깊은 사유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머리를 들이받았다.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해내고 있던 것이다.
그의 브랜드 성장 지론에 따르면, 같은 처지의 (예비) 창업자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나 플랫폼의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을 직접 ‘콘텐츠’로 만드는 것이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다.
누군가의 성장기는 대중에게 반응이 좋은 콘텐츠다.
게다가 남의 손을 타지 않은, 어설프고 꾀죄죄하게만 보였던 나의 창작물은
시간이 쌓이면 결국엔 각별한 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앞이 흐릿한 사업을 하면서 콘텐츠까지 꾸준히 만드는 것은 2배, 3배로 힘이 들겠지만, 노력을 투여한 만큼 성장 과정은 더 빛이 날 테니까.
유난히 지친 어느 날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때, 자신이 걸어온 길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을 선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2. 난 천천히 가는 걸 잘해.
‘시장 반응이 이렇게 좋은데 왜 더 빠르게 성장하려고 하지 않나요?’
누군가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천천히 가는 걸 잘하는 사람입니다.’
순간 누가 뒤통수를 후린 것 같았다. 헛기침이 나왔다.
‘그래, 천천히 가도 괜찮아. 급할 거 없어. 방향만 맞으면 돼.’
이런 말로 애써 스스로를 위로해 가며 눈치나 살살 보던 나.
왜 나는 천천히 가는 걸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못 해봤을까?
미안해 돌멩아. 또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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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가 점점 커짐에 따라 생산량도 자연스레 늘리게 되면서 또다시 고비가 찾아왔다고 한다.
어느 순간 맛이 변했다는 고객들의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고.
그는 품질을 바로잡기 위해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소비자와 문제에 대해 소통하고, 결국 생산 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찾아냈다.
지금의 객제는 각지의 전통 주점과 백화점에도 납품 중이며, ‘술담화’, ‘컬리’와 같은 온라인 시장에도 입점해 있다. 해외 판매 역시 예정되어 있다.
또한 최근에 내한한 ‘칸 예’의 VIP룸에 전통주 단독으로 객제의 술을 선보였었다니! 상품으로써의 ‘감탄주’는 말해 뭐 해!이다. (나도 무봤지만 ‘연인과 분위기 내기용’이나 ‘가볍지만 센스 있는 선물용’으로도 참 좋은 술이라는 감상.)
이미 여러 번의 위기를 돌파해 본 객제 대표님은 마음만 먹으면 당장 설비와 인력을 추가 배치해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뿌리를 더 단단하게 뻗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도자기 브랜드에서 일할 때 작가님에게 들었던 괴담 - 공포스럽게 저 혼자 쑥쑥 크는 브랜드, 나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이는 오랜 직원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업자 대출 - 을 이 사람은 본인 리듬에 맞게 잘 헤쳐나가고 있는 듯하다.)
이 사람은 이제 자신이 꿈꾸는 일은 자기만의 속도로 어떻게든 해내겠구나 싶다.
대표님과 감탄주의 내일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https://www.instagram.com/kegzei.brew/
https://www.instagram.com/gamtan1ji/
linktr.ee/kegz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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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메인 요리는 ‘부여 담길’ 탐방이다.
객제 대표님과 안녕한 뒤 밖으로 나와 부여 담길 내에 위치한 정착 청년들의 업장(?)을 구경했다.
처음 방문한 곳은 책방과 심리상담소를 함께 운영하는 흥미로운 곳.
기존에 있던 인테리어를 살린 레트로한 분위기가 압권이다.
심리상담 공간은 영화에 나오는 그것처럼 두근거리게 했다.
훗날 부여로 돌아갈 때 인테리어 자문을 구해도 될 정도로 감각이 있는 청년들이었다.
(요 부부는 둘 다 외지인인데 부여 와서 결혼하고 잘 살고 있다!)
https://www.instagram.com/breathing.place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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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방문한 곳은 한 건물에 네 명의 청년의 꿈이 담겨있는 ‘두부’.
(’두근두근 부여’의 준말이기도 하고 건물 모양이 네모나고 새하얀 것이 꼭 두부 같아서 지은 이름이라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젤라또. 외지인들이 부여로 놀러 올 때 꼭 방문한다는 유명한 젤라또 집이다. 메뉴의 과반 이상이 부여의 특산물을 활용해 만든 젤라또다. 그냥 다 맛있으니 한 번 드셔보시길.
요기 사장님이 꽤 바쁜 터라 일정 시간에는 무인 판매를 한다.
문득 작은 깨달음이 스쳤다. 저거다.
둘러보던 중 발견한 귀여운 방명록 포스트잇.
https://www.instagram.com/farm_gel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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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는 ‘와, 사비’라는 소품 가게가 있다.(센스 굿)
스윽 둘러보다가 귀여운 화투를 발견했다.
방금 전에 다녀온 심리책방 지기인 화가 청년이 그림 작업을 맡아서 했단다. 거칠 것 없이 바로 줍줍.
솜씨 좋은 작가님들과 방문객을 연결해 주는 만남의 장인 센스 넘치는 이 공간도 한 번 둘러보시기를.
https://www.instagram.com/come_to_sa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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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에 올라가니 웬 별천지가 보인다.
‘우리그림제작소’라는 공간.
벽에 붙은 기사를 보니 국내 몇 안 되는 *단청 기술자의 공간이었다.
(*건축물의 기둥, 대들보, 천장 등에 여러 가지 색깔로 문양과 그림을 그려 장식하는 한국의 전통적인 미술 기법 [출처] 다큐온 예술작품으로서 한글의 가치 단청 뜻|작성자 도안글씨1223)
바로 명함을 집어 들고나가기 전, 삼각형의 다양한 패턴들이 보여 줍줍 했다.
<도이 이야기>에 녹일 만한 영감이 뿜뿜 하다.
(훗날 이분과 술자리에서 마주쳐 바로 번호를 땄다. 허허껄껄.
이 분이랑 어떤 것이든 프로젝트 하나 같이 해보고 싶어 졌다.)
파이팅.
https://www.instagram.com/6ix.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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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깊숙한 공간에는 책방 하나가 작게 있었다.
사장님은 지금은 자리를 비운 것 같은데 이곳저곳 그분의 색깔이 느껴져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이곳 두부는 문화재 발굴? 관련해서 곧 밀릴 예정이라고 하니 추후에는 위치를 다시 찾아봐야 할 것 같다.
https://www.instagram.com/dubu.y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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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코스는 술 만들기 체험이었다.
전통주 사업자와의 인터뷰 후에 전통주 식당과 체험을 운영하는 부여 정착 청년과의 시간이라….
허허껄껄. 이거 이거 대낮부터 술을 안 마실래야 안 마실 수가 있냐고.(사랑합니다)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던 체험이라 부여 관광 코스에 꼭 넣어보시길 추천한다.
가족들이 와도, 친구나 연인끼리 와도 분명 만족할 것이다.
https://www.instagram.com/sadam_buy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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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이 끝나고 나니 나른하고 알딸딸해졌다. 늘어지게 자면 어떨는지….
싶지만! 이제 본 게임 시작인 걸.
바로 부여 담길 ‘골목길 투어’가 시작된 것이다. 골목길 투어가 무엇이냐?
부여군에서 인당 소정의 금액을 주고 ‘니들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사!’ 하는 거다. (댕꿀 그 잡채)
휘뚜루마뚜루 같이 투어 할 팀이 만들어지고, 우리는 먼저 눈 여겨보던 오란다 가게로 향했다. 평소 나는 솔직히 카페나 디저트를 찾는 사람이 아니어서 큰 감흥은 없었는데 (오란다 먹으면 치아 다 깨지는 줄) 이게 웬걸, 거업나 맛있고 부드럽더라;; 가격도 좋고;; 선물용이나 집에 비치할 다과용으로 너무 좋을 것 같다. 사장님은 부여로 꼭 오라며 서비스도 주셨다. ㅋㅋㅋ
오란다 말고도 기똥찬 녀석들이 많으니 꼭 찾아보심이 좋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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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옷을 사러 갔다. 부여 관종멋쟁이라면 반드시 챙겨야 할 누비 조끼(알고 보니 부여만 난리인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죄 팔더구먼)가 우리의 목표!
서글한 옷가게 사장님이 직접 골라주신 색 배합으로 읍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원래 날 추워지면 조끼 입고 사는 사람이라. 어차피 살 거였는데 당신들과 팀이 되어 참 좋았다.
11월 중순.
엄청 춥지도, 따뜻한 것도 아니었던 부여 살이 기간 동안 입기 딱 좋았던 누비 조끼.
이후 집에 돌아가는 날까지 피부라도 된 양 매일을 입고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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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느꼈지만 오늘은 특히 많이 겪었던 일이 있다.
여기는 운전자들이 웬만하면 사람부터 길을 지나갈 수 있게 양보해 준다. (심한 경우엔 갑자기 비상 깜빡이 켜고 멈춰서 지나가라고 손짓해준다.)
이건 딱 일본 여행을 했을 때 느꼈던 감정인데,, 아마도 시내라 과속하기가 어렵고 노인분들이 많아서 사람들이 이렇게 된 걸까..
도시 살이에 찌든 눈과 가슴으로 이 행태를 느끼니 처음엔 애꿎은 반발심이 일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점점 ‘부며드는’ 이 마음을 어쩌겠나.. 사랑합니다 부여…
어쩌다 전시를 이렇게 공손하게 할 생각을 하셨을까? 아무리 팔이 다른 옷을 가린다고 해도 그렇지. ㅋㅋㅋ 어느 대낮에 막걸리에 거하게 취하게 된다면 옷가게에 전화 한 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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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돈이 남아 들른 마지막 장소는 ‘단청’이라는 이름의 카페였다.
하루 종일 열심히 노느라부여를 느끼느라 노곤해진 우리에게 딱 알맞은 코스였다. 여기서도 참 기분이 좋았는데, 일단 가격이 합리적이었고, 와 진짜 음료가 너무 성의가 있다! (그냥 여기 부여 식당들은 죄다 성의가 넘친다!!! 으아아아!!!!) 정성껏 준비한 음료와 디저트를 직접 가지고 오셔서 하나하나 정성을 담아 설명해 주는 모습이… 마치 일본 고급 숙소에서 퇴장할 때 투숙객이 안 보일 때까지 지배인이 인사해 주는… (대충 느낌 아시겠지?) 그런 감상을 받았다.
맛은 뭐 두말할 것도 없고. 건물 천장에 단청은 또 앞서 얘기한 기술자분이 그려주셨다니..
부여 참 좁고, 또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도 꼭 가보시기를 추천한다.
전망도 괜찮을뿐더러 밤에는 칵테일 바로 변한다고.
아, 이곳도 매장 이전을 할 것 같다고 했다. 방문 전에 정보를 확인하시라.
https://www.instagram.com/danchung_cafe.b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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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투어가 종료된 후엔 멤버 모두가 다시 모여 어떤 경험을 했는지 발표회를 했다. 전지에 크레파스로 각 팀의 개성을 담아 그림을 그렸다. 크레파스 이거 2000년대에 만져보고 처음인 것 같은데,, 아휴.. 너무 재밌다. 매일 같이 이렇게 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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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정이 모두 끝나고서 근처에 위치한 말도 안 되는 통닭집으로 향했다.
여기는 진짜 너무너무너무 맛있었다. 아,, 진짜.. 최고임미다..
개인적으로 지인들과 놀러 오면 무조건 재방문해서 실려가기 직전까지 먹고 즐기고 웃다가 쓰러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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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이 먹어서 산책할 겸 숙소 앞에 있는 정림사지를 다시 찾았다.
밤에 보는 석탑은 또 다르네. 하늘에 별도 많고..
오늘도 자-알 보냈다.
유난히 따뜻했던 하루가 이렇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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