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닐고 싶어 이골이 난 돌멩이의
잃어버린 일기장

057. 8일차_이븐하지 않은 익힘 정도

by 한량돌

어제 차담회를 마친 뒤 찐하게 놀다가 새벽 2시? 3시?쯤 잠들었다.

오전에 따로 일정이 없었기에 10시 정도 느지막이 일어나 백마강변을 뛰었다.

대체 왜 이렇게 힘드뇨…? (왜 모르는 거야..)

뜀걸음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마주한 공중전화박스의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코 끝이 따스하여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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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박스 안에 떨어진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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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치 감성 사냥에 성공한 것을 축하해 주는 건지 100원짜리 동전이 떨어져 있더라. 난 종이가 더 좋은데. (필시 금도끼는 못 얻어먹을 nom)

이 행운의 동전은 여전히 필통 속에 잘 모셔두고 있다.



#함께하면 좋을 배경 음악

https://www.youtube.com/watch?v=4bRL_QJpORQ&list=RD4bRL_QJpORQ&start_radio=1

<Alboom - 주제 - Cooking Is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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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하게 씻고 나와 침대에 누워 부여의 볕을 쬔다..

,,,,,,,배고프다.

오늘 점심은 포케집에서 각자 먹고 싶은 메뉴를 포장한 뒤 숙소에서 다 함께 먹기로 했다.

https://naver.me/FZ8fxR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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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다른 점심 식사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뭔지 모를 이유로 갑자기 포케로 바뀌게 되었는데,

‘이돈씨,, 풀떼기에 밥 비벼 먹는 걸 왜 사 먹는 걸까..? 배나 차려나?’

응. 배가 찼다. 그것도 아-주 기분 좋게.

맨 정신(?)으로 가깝고도 먼 사이의 멤버들과 오밀조밀 둘러앉아 먹는 식사가 내 소화에 도움이 됐을 리는 만무하다.

이 음식이 오늘의 내게 너무나 잘 맞았던 것이 분명해.

몸에 잘 받는 음식으로 끼니를 채운다는 게 (특히 하루의 첫 끼니를) 이렇게 좋은 건지는 보양식 먹을 때나 느꼈지.

부여에서는 끼니 채울 때의 감흥 조차 각별하다.

그리고 이 순간이 향후 내 삶의 선택지에 어떠한 변화를 줄지

이때까지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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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부여의 특산물을 이용한 요리 경연이 펼쳐졌다.

3~4명씩으로 한 팀을 구성해 겨루는 것으로 진행되었는데

1등 팀에게는 내일 있을 일자리 체험 직군에 대해 우선 선택권이 주어진다.

내가 목표하는 건 백제역사문화 콘텐츠 일자리 체험.

다시 백제문화단지에 방문할 수 있고(오예!)

일자리 담당자가 국립부여박물관에서 해설을 해주셨던 ‘백제에서 놀자’ 대표님이라

이분과 더 깊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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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로 돌아올 그 때는 내 성향에 맞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이왕이면 역사 관련 콘텐츠 기획, 해설, 체험 이런 쪽이면 좋겠고.


어린 욕심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믿고 있고, 그렇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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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이렇게 인연을 만들어 삶 속에서 기회를 엿보는 것이 약은 사람, 기회주의자가 되는 것이라고 느꼈다.

일반적인 교육 과정 속에서나 금전적 보상을 통해 맺어지는 사제 지간을 제외하면 내 어려움을 도울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는 거니까. 그래서 그런 건지 친구나 가족들에게까지 진지하게 삶의 고민을 토로하는 것조차 극도로 꺼려했다.

개개인은 안 그래도 바쁜데 남에게 폐를 끼치는 순간이 싫었다.

이젠 아니다.

쉽게 갈 수 있다면 쉽게 가는 게 곧 능력이고, 자기 사랑이다.

어떻게 하면 남보다 빨리 치고 나갈 수 있을까에 골몰하면서 사는 건 여전히 선호하지 않지만

남에게/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쉽게 갈 수 있는 방법이 보인다면 가보는 게 맞다.


가용한 시간과 에너지는 정해져 있으므로. 그래야 내가 진득하고 싶은 것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발갛게 익은 진심 어린 마음이 조력자에게 닿으면, 그들도 보통은 즐거워하더라!

하여간 역사 콘텐츠 직업 탐방 꼭 가고싶읍니다..

주절주절 써 내렸지만 사실 성격 상 뭘 해도 주어진 상황을 즐겼을 거다.

어떤 경험이든 오늘의 부여에서는 소중한 시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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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경연을 위해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다.

오늘 요리 경연에 쓰일 주재료는 바로 양송이버섯!

부여군은 연간 5천 톤 이상의 양송이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주산지란다.


4명으로 구성된 우리 팀. ‘맛잘알’ 3인과 중국집 직원 출신 1인의 조합이라 결과가 기대됐다.

어떤 요리를 할까? 회의를 거쳐 두 가지 메뉴에 도전하기로 했다.

뻔하지만 양송이버섯을 해골로 만들어 귀여움을 더한 또띠아 피자와

양송이를 타르트 쉘처럼 활용해서 만든 받침 위에 새우와 버섯, 파프리카를 다져 만든 완자를 올려

한 입에 쏙! 할 수 있는 핑거 푸드를 만들기로 정했다.

재료와 레시피를 조사하고 장을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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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런데 오전까지만 해도 정답게 얘기 나누던 멤버들이 팀이 갈리자 서로 간의 묘한 분위기가 생겼다.

이게 뭐 하는 건가,, 괜히 심란한 마음으로 장보기를 마쳤다.

하여간 난 뼛속까지 평화주의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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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연이 시작되고 각자 맡은 부분을 착착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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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넉넉하게 주어진 듯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겨우겨우 출품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대체 ‘냉장고를 부탁해’ 셰프들은 어떻게 15분 만에 요리를 하는 거야..?

요리를 내기 전에 기미 해보니 우리 음식의 양송이 익힘 정도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끝나기 30분 정도 전에 테스트 시식까지 해서 오븐 온도 높이고 더 익혔는데..!

스읍.. 이거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겠다.

역시 결과는 예상대로..ㅠ

다른 팀들의 요리가 수준 이상이기도 했고, 그들의 요리 소개도 참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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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다이닝이랑 햄버거는 반칙 아니오?!

뭐 어쩌겠나.

고생 많았고, 남는 거 하러 가야지!

근데 결과는요?

아무도 역사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없어서 내가 가져가게 됐다-!

이야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 기다려라 백문단.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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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경연이 끝난 뒤에는 동아리의 밤으로 이어졌다.

부여 사람들이 어떤 취미와 감흥을 교류하고, 어떻게 활동을 꾸려가고 있는지 소개받는 시간.

처음 일정표가 공개되고 난 뒤, 나는 주저 없이 ‘댄스 동아리’를 가리라 마음먹었다.

항상 골반을 흔들며 살아가고 싶었던 터였다.

아아니 춤 잘 추는 사람 왜 이렇게 멋있냐구.

나는 종종 누군가의 춤 공연을 보며 감탄하거나 눈물을 쏟기도 한다.

백 마디 말보다 나은 비언어적 표현 예술이라니.

그래서 뮤지컬을 하고 싶었는지도?

예고된 곡은 블랙핑크 제니의 ‘LIKE JENNIE’.

속도감이 상당하고 파워풀한 곡이라 보는 것만으로는 할 수 있을지 어쩔지 모르겠지만

30분 정도만 연습하면 세밀한 동작 표현까진 아니더라도 흐름은 따라갈 수 있겠지 싶었다.

4기_8일차_22.jpg 내 몸 : 뇌랑 연결 끊을게.

웬걸 막상 춤을 배우니까 아.. 너무 어렵더라. ㅋㅋㅋ..

쉬는 시간에도 계속 동작을 되새기는데 당최 외워지지를 않는다,,

난 역시 재능은 없고 근성으로 비벼야 하는 모양이구나.

스윙댄스를 배웠다는 캠프 멤버는 곧 잘 하던데말여.. 허허껄..

삼십 살이 넘어서도 여전히 흥미가 돋으면 쉽게 보고 덤빈다.

하지만 안다. 잘해야 한다는 스트레스의 완급 조절이 가능하다면

이렇게 뭐든 덤벼대는 건 강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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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합동 영상을 찍을 때까지도 나는 동료들의 춤과 동기화되지 못했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사람이잖아. 잘했어 잘했어,, 라며 토닥이는 귀갓길이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었기에 심란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숙소에 돌아온 뒤엔 전 날부터 이어진 일정으로 축적된 피로감에 일찍부터 뻗어버렸다.

뭘 더 할 수 있는 힘이 없다. 잘 됐다. 오늘은 너그럽게 흘려보내자..

내일은 오전부터 직업 체험 하러 가야 하ㅈㅏ… ㄴ……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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