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인생일력' 데일리 명언 에세이 8 : 2021년 1월 8일
존귀하게 되는 까닭을 소중하게 여기는 자는
그 존귀함을 영원히 잃지 않는다.
-사마천 <사기열전>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항상 주변 동료나 후임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에 항상 주변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속된말로 '어느 조직이나 단체에서 또라이 질량보존법칙이 있고, 만약에 없으면 내가 또라이-'이라는 우스겟소리가 나올정도로 술자리에서 안주꺼리, 모임 자리에서 항상 험담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있다.
보통 험담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지켜보면, 공통된 문제점을 발견할 수가 있었는데 사마천이 쓴 오늘의 문장과 같이 '존귀하게 되는 까닭'을 소중히 여길 줄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와 말투, 자신 혹은 상대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자주 쏟아내는 사람은 조직 안에서 괴로움을 주는 사람이 된다. 특히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반복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사람이 상대에 대해 토해내는 말들이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칭찬이나 농담이 아닌 비아냥과 같이 느껴지게 되는 것이다. 즉, 평소 자기 자신을 존귀하게 여기고 소중히 하는 사람이 상대에 대한 배려, 존중하게 대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어느 팀의 팀장이 이 전에 있던 팀장과 종종 비교가 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두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말에 대한 억양, 어투, 톤, 선택된 단어, 문장의 끝맺음까지 모두 비교가 되었다.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두 팀장의 말에 대한 실제 사연을 예로 들어본다면,
팀장A : 우리 아들이 나를 배려해주고, 걱정해주는 일이 있었어. 오히려 수능을 보느랴 자기가 더 고생했는데 직장다니는 엄마를 배려해주는 생각을 하고 자기가 알아서 대학 준비를 알아보고 있었던 건 거야. 아들이 나를 생각해주는 그 마음에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서 눈물이 났었어.
팀장B : 우리 아들은 항상 뚱뚱하고 공부도 못해. 아들이 살빼려면 건강식을 챙겨줘야하는데 나는 요리도 잘못하고, 재주가 없어. 그냥 항상 피곤해. 그래서 애들이 맨날 시켜먹어. 000씨는 요리 잘하고 매일 건강식만 챙겨 먹어서 좋겠다.
저 두 말을 들었을 때 동료와 후임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팀장A의 말을 들은 이들은 역시 팀장의 성품이 자녀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칭찬과 함께, 부모를 생각하는 아들의 마음에 적지않은 감동을 하였다. 반면에 팀장B의 말은 요리를 잘하고 건강식만 챙겨먹은 000씨를 비롯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듣기 불편한 말이 되어 뒷말이 나오고, 팀장A와 비교가 되었다.
어째서 자녀의 자랑을 한 팀장A의 말이 자랑처럼 느껴지지 않고, 자신의 자녀를 깍아내리는 말을 하더라도 상대를 칭찬한 팀장B는 비교의 대상이 되었을까. 나는 굳이 이 두 팀장이 뱉어낸 말들이 가진 형태와 품위의 모양을 묘사하여 비교하지 않더라도 평소 자신을(자신을 포함한 가족) 굳이 깍아내리면서 상대에게 하는 칭찬의 말들은 진심이 아닌 오히려 상대를 같이 자신과 함께 낮추거나 비교당하는 대상으로 느끼게 된다.
말의 품위는 지식과 언어능력으로 갖춰지는 것이 아니고, 상대에게 하는 칭찬은 자신을 먼저 존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상대를 추켜세웠을 때 비로소 그 형태가 완전하게 갖춰지는 것이다. 팀장A는 평소에도 직원들을 챙기고, 필요한 순간에 방패가 되어주는 사람이었고, 팀장B는 항상 자신의 연약함을 자주 어필하면서 직원들을 방패로 삼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어떤 말도 상대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을 존귀하게 여기고 단단하게 쌓아온 사람은 타인을 보듬어주고 지켜줄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때문이다. 즉 스스로 겸손하게 낮추는 것과 존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말의 뉘앙스에서도 그 형태가 드러나는 것이다.
오늘 이 문장을 보고 내가 만났던 사람들을 돌이켜보면서, 그리고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존귀함의 형태'는 정해진 모양은 없어도 스스로 다듬어나가는 것, 그것이 오늘의 문장의 형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