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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Feb 09. 2021

하늘을 머리에 두고 바라보기

민음사 '인생일력' 데일리 명언 에세이 9 : 2021년 1월 9일 


삼신산 저쪽, 지구의 땅과 바다 
그 세상 일천 년 변화 여기서는 잠깐 사이 
저 멀리 중국의 땅덩어리 아홉 개의 점
출렁이는 그 바다도 한 잔의 물

-이하 <하늘나라>


 

산은 나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왜 사람은 산을 오르는 것을 즐겨하는지 깨달았던 순간-


은영이는 실로 오랜만에 등산을 하였다. 몇 개월 된 것 같다. 등산화를 일 년에 한두 번 꺼내 신었으니, 근 1년 만인 것 같다. 어릴 적에는 산에 왜 올라가는지, 어차피 다시 내려가야 하는 이 힘든 행위를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타의적으로 끌려갔을 때 경우 고욕으로 느껴졌던 등산이라는 스포츠가, 마음이 우러나 자발적으로 등산화 끈을 여몄을 때 산에 대한 매력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400m가 채 넘지 않은 낮은 산이지만, 내가 현재 사는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산을 등반하였다.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은 나와 친구는 그 낮은 산의 정상에 올라가는 30~40분 정도의 오르막 여정이 고통이었다. 걷고 오르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지나가니, 하늘과 조금 가까워졌다고, 새로 이사 온 동네를 비롯하여 지금 은영이가 지내는 도시와 근교 도시들, 그리고 다른 도시로 연결되어있는 도로들 그 주위를 둘러싼 또 다른 산들의 웅장한 몸체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었다. 다른 산들과 달리 도시 가까이에 있는 산은 도시 전경이 한눈에 볼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이 정상에서 원경으로 바라본 내가 속한 세상의 모습은 그 속내와 다르게 평화롭고 단조로워 보였다. 오히려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맥들이 더 센 기운을 품고 있는 것 같다.  


 당나라의 시인 이하 역시 그 광활한 중국 대륙을 아홉 개의 점으로 표현한다. 아무리 드넓은 바다로 해도 심산산 아래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한 잔의 물이 쏟아진 것에 불과하고, 누런 먼지와 맑은 물뿐인 인간세상이다. 이 시의 제목은 '하늘에 노니는 꿈을 꾸다'라고도 해석할 수 있지만 '하늘을 꿈꾸다'로도 해석된다. 당시에는 하늘을 날 수 있는 장치나 운송수단이 없었으니, 하늘을 바로 머리 위에 두고 아랫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높은 산에 올라가는 것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늘과 가까이 또 가까이 올라가면서 이 상상력이 풍부한 낭만 가는 인간의 생은 찰나와 같고 우주의 먼지보다도 작은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아랫 세상과 세상 밖의 세계의 경계에 있던 기이한 시인 이하는 27세 젊은 나이의 자신이 꿈꾸는 하늘로 떠났다. 


 인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하늘을 정복하고, 지구 밖으로 나가기 위해 수없이 도전하였다. 굳이 산을 힘들게 올라가지 않아도, 건물을 높게 쌓아 올리고 하늘을 나는 운송수단으로 대륙간의 이동거리를 좁혔다. 밤이 되면 흰 빛을 뿜어내던 달의 표면 위에 걸음을 떼기도 했으며,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지구의 완전한 모양을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발전하고 두 눈으로 사실을 확인해서야 그 세상의 일천 년의 변화가 찰나의 순간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몇천 년 전에 잠든 사람이라도 귀재는 세상의 이치를 꿰뚫고 있나 보다. 너무 빨리 깨달아서 요절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리는 장수할지도.  


(중요) 이 글을 쓰기 위한 참고한 글들

1. 심경호 <중국 고전 명시 감상 2편 : 귀계의 시인, 이하> 
시인 '이하' 및 '하늘나라(몽천)'과 관련한 정보는 심경호 교수님이 만해사상실천선양회에서 격월간으로 발행하는 계월간지 <유심>에 수록된 <중국 고전 명시 감상 2편 : 귀계의 시인, 이하>에 나온 기획연재글을 참고하여 썼습니다. 사정상 2011년도 1월에 발행된 <유심> 48호의 원본을 확인하지는 못했고, 본인이 참고한 링크를 걸어 놓으며, 문제가 있을 시에 삭제하겠습니다.  
(링크 주소)
https://blog.naver.com/3sang4/4015964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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