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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Feb 09. 2021

살얼음 걸음마

민음사 '인생일력' 데일리 명언 에세이 10 : 2021년 1월 10일

두려워 벌벌 떨며 조심하기를 
마치 깊은 연못에 임하듯 하고 
살얼음을 밟고 가듯 해야 하는 것을. 

<시경>



 유학 오경 중 하나이고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인 <시경>은  춘추 시대의 민요를 중심으로 305편을 수록하고 있다. 원래 3,000여 편이었던 것을 공자가 편저했다고도 알려진 <시경>은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거나, 현실을 풍자하고 민초들의 삶을 구가하는 시들이 담겨있다고 한다. 3천 년 전의 민요를 통해 그 시대를 상상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당시보다 더 다양한 장르와 매체로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최근 주식과 부동산, 이로 인한 소득 양극화의 문제가 큰 이슈이다. 팬데믹으로 사회보와 경제가 멈춰버린 이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 집을 산 사람과 사지 않은 사람의 한순간의 선택이 재산 규모의 양극화가 생겼다고 한다. 

 주식도 마찬가지이다. 우량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집중과 더불어 작년 초반 코로나 사태를 어느 정도 통제해왔던 한국에 대한 상대적 안정성, 백신에 대한 제약회사들에 대한 기대 등 팬데믹 사태는 적어도 우리나라에 주식열풍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이 팬데믹 사태와 부동산, 주식 시장의 급등 상황을 지켜보면 볼수록 지금은 본인이 행한 꾸준한 노력의 결실을 기대하기란 어렵고, 한 순간의 선택과 판단으로 좌지우지되는 것 같아 보여 그 판단의 성공한 사람들에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원래 부자였고 기득권층이었던 사람들과는 애당초 비교할 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비슷한 나이 때나 재산 규모, 환경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양극화가 시작했을 때는 체감으로 느끼는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무모한 도전이나 일억 천금을 노리는 승부를 별로 좋아하지 않은 내 성격에도 지금과 같은 불투명한 미래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는 계약직 월급쟁이로 있는 직장인의 삶이 불안하고, 새로운 투자나 도전을 해야 될 것 같은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그러다가 다시 오늘의 명언을 읽고 마음을 가다듬어본다. 이런 상황일수록 상황을 멀리 길게 보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누군가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바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살얼음 위로 걷듯이 신중하게, 그리고 오래 걸음마를 하는 것이 나의 속도라는 것을 다시 되새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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