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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 Feb 10. 2021

매일을 터득하는 법

민음사 '인생일력' 데일리 명언 에세이 12 : 2020년 1월 12일

매일 하루치 공부를 한다면 
오랜 뒤에는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

-여씨 동몽훈 


매일 하루치의 공부를 꾸준하게 한다는 것, '매일'이라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매일'이라는 일상에서 나의 소양과 지식을 쌓기 위한 반복이 얼마나 지루하고, 이 과정을 지속하기 위한 인내심과 의지가 필요한지 요즘 들어 몸소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그 '매일'을 버텨내고 행하기 위해 따르는 '습관', '집중', '인내'라는 제 몫들은 저절로 터득되거나 선물처럼 쉽게 득할 수가 없는 시간을 소요하는 의지이다.



 나는 2021년 1월 1일부터 민음사의 <인생일력> 한 편의 명언을 일고, 한 편의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는 크게 미루지 않고 글을 적고 있기는 하지만 직장을 다니면서 짧은 글이라도 매일 한 편을 쓰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음을 매일 느끼고 있다. 매일 머릿속에 도는 생각을 입으로 쉽게 토해내는 것이 아닌 글로 정리를 하는 행위가 습관이 되지도 않았고, 평소 독서량이 많거나 작문량이 높고 어휘력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매일 발행하기가 부끄러운 글들을 '매일 하루치'의 '분량'을 채우기 위해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업무의 특성상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매번 글을 뽑아낸다는 것은 나에게 고난도의 업무이자 가장 잘 해내고 싶은 욕망도 함께 공존하는 고통스러운 부분이다. 따라서 이 에세이 작업은 공신력 있는 문장들을 매일 한 편씩 읽어가면서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 문법을 확인해보고, 내용을 찾아가면서 새로운 지식을 쌓는 글쓰기 근육을 단련하는 공부가 되고 있다. 특히 고대 중국의 명서부터 우리나라 근대 산문선까지 발췌한 동양고전이라는 장르를 거의 접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매일 자료를 찾는 일도 시간이 필요했다. 범위가 넓다 보니 매번 검색을 하다가 내용이 부족하여 도서관까지 달려가는 시간을 쓰다 보면 하루가 빠듯하여 업무가 밀리는 상황까지 생기게 되었다.

 

나에게 가장 오래된 습관 중 하나는 다이어리를 쓰는 것이다.


  스스로 트레이닝 중인 글들을 굳이 공개되는 플랫폼을 빌어 업데이트를 하는 것은 스스로 한 약속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과 의무감을 만들어주고 싶어서이다. 나는 다이어리를 쓰는 것을 좋아하는 데, 다이어리에 매일 스케줄과 주요한 업무를 기록하는 습관이 느슨하게 하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특히 건망증이 심해 잘 까먹고, 한 가지를 마무리를 잘 못하는 산만함과 게으름을 어느 정도 완충해주는 역할을 해준다. 1년에 한 권씩 다이어리를 끝까지 채웠던 건 대략 2010년 정도부터인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안 좋은 습관 중에 하나가 매번 물건을 조금 쓰고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쓰는 버릇이었다. 조금 쓰다가 방치하고 또 새 것을 사거나 계획 없이 낭비하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1년에 1권의 다이어리를 채우자는 '매일'습관을 마치 훈련하듯이 진행하다 보니 어느덧 10년을 채우게 되었다. 내 다이어리에는 나의 10년의 인생이 기록되어 쌓인 것이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았을 때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기록을 보고 실수를 반복하지 않거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단서가 되기도 했다.

 

 공부를 하는 목적이 꼭 지식을 쌓는 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습관을 내 몸에 들이고 내 정서와 정신력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나를 단련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미루지 않고 행하는 것, 이것은 공부를 잘하기 위한 방식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자체가 스스로 행하는 '하루치의 공부'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필요한 습관을 들이는 힘을 길러놨기 때문에, 나는 다음 도전을 할 수 있었고 그다음의 도전은 지금 시작한 일들보다 구구절절 흥미롭고 재미있는 삶의 형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이런 습관을 들이기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어릴 때 일찍 깨달았다면 서울대를 가고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않았을까, 사실 그동안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닌 건데...라는  짓궂은 생각을 해보며 오늘의 글을 마무리해본다.



[참고 1] 여씨 동몽훈 저자 여본중 
          [네이버 지식백과] 여본중 [呂本中] (중국역대인명사전, 2010. 1. 20., 임종욱, 김해명) 
남송 수주(壽州) 사람. 초명은 대중(大中)이고, 자는 거인(居仁)이며, 호는 동래 선생(東萊先生)이고, 시호는 문청(文淸)이다. 여호문(呂好問)의 아들이다. 고종(高宗) 소흥(紹興) 6년(1136) 진사 출신으로 인정받았다. 기거사인(起居舍人)을 거쳐 중서사인(中書舍人) 겸 시강(侍講), 권직학사원(權直學士院)을 지냈다. 일찍이 상서하여 국세를 회복할 계책을 올렸다. 진회(秦檜)가 재상이 되어 사사롭게 권력을 남용하자 제목(除目)을 봉해 돌려주었다. 조정(趙鼎)과 서로 가까웠는데 진회의 미움을 사서 탄핵을 받고 파직당했다. 양시(楊時)와 유초(游酢), 윤돈(尹焞)을 사사했으며, 유안세(劉安世), 진권(陳瓘)에게도 배웠다. 시를 잘 써 황정견(黃庭堅)과 진사도(陳師道)의 구법(句法)을 터득했다. 쇄소응대(灑掃應對)의 일이 훈고(訓詁)보다 우선한다며 하학상달(下學上達)의 학문을 강조했다. 또한 유학과 불교의 사상적 요지가 크게는 같다고 보아 이가(二家)의 조화를 주장했다. 저서에 『춘추집해(春秋集解)』와 『동몽훈(童蒙訓)』, 『강서시사종파도(江西詩社宗派圖)』, 『자미시화(紫薇詩話)』, 『사우연원록(師友淵源錄)』, 『동래선생시집(東萊先生詩集)』 등이 있다.  
[참고 2] 동몽훈 [책과 이음 시리즈 - 삶에서 앎으로 앎에서 삶으로]                
남송의 여본중은 증조부 여공저, 조부 여희철, 부친 여호문 및 그와 관련된 인물들의 일화를 엮어《동몽훈》이라는 제목을 붙여 가르침의 길라잡이로 삼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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