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름

by 사색가 연두

언제부터인가

목적지를 잠시 제쳐두고서

잠시 어딘가에 머무르는

이상한 습관이 하나 생겼다


그저께 친구가 내게 짜증을 냈다

왜 이리도 늦게 오냐

미안하다

나무 한 그루 때문에 늦었다


이 어처구니없는 핑곗거리가

이젠 내게 약속이 되어버려서

딱히 이해를 바라진 않는다


작은 돛단배가

드넓은 망망대해를 거닐며

닻을 내려야만 하는 순간을

나는 도저히 어길 수가 없다


사진 하나라도 찍어둬야지

순간을 영원에 담도록

길바닥에 버려진 양말 한 짝에도

잠시 살다가는 법


동떨어진 채로

무엇이 되고


풍경을 담고서

잠시 머물다 가는


이상한 버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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