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B:alance

스틸북스 < 8 Years, 80 Brands > 강연을 듣고

by yeonee



지난 11월 말, 매거진B 창간 8주년을 맞아 스틸북스에서 < 8 Years, 80 Brands > 강연이 있었다. 두 시간 남짓 매거진B가 어떻게 지금까지 차곡차곡 축적과 확장을 이뤄왔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막연하게만 좋아하던 이 잡지가 더욱 좋아졌다. 하나의 브랜드를 한 권의 책으로 소개하는 잡지다 보니, 자칫하면 제품 카탈로그 또는 팬 성이 강한 잡지가 되기 십상이다. 매거진B는 '다큐멘터리'라는 키워드를 이정표 삼아 담백하면서도 다양한 시선으로 많은 브랜드의 이야기를 담아내 왔다. 상업적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광고지면은 없고, 잡지이면서도 하나의 작품 같은 오브제를 추구한다는 매거진B. 그 오묘한 밸런스들을 유지하는 것이 이 매거진의 매력이자 생명력이 되었다. 최소한의 글자만 담는 매거진B 표지의 BRAND.라는 단어 밑에 왜 하필 BALANCE. 가 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수많은 단어 중에서도 브랜드 '다큐멘터리'인 이유

다큐멘터리는 필름의 한 장르로서, 사실에 입각한 기록이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결국 기록자의 관점에 따라 편집하기에, 철저히 객관적일 순 없다. 그렇기에 네이버 지식백과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큐멘터리는 사실 재현의 완벽성보다는 감독이 현실을 얼마나 합리적으로 통제했느냐에 따라 평가받는다.' 고 한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다큐멘터리 ). 다큐멘터리는 픽션과 다르게 필름 안에 현실을 담아내기에 관람자는 필름 밖에서도 직접 경험 가능하다. 그러기에 다큐멘터리는 더더욱 한쪽으로 치우쳐서 편집해서도 안되고, 사실의 다양한 면모를 고루 담아내어 관람자의 현실에 대한 이해와 판단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매거진B 역시 마찬가지이다. 결국 '이거 좋아요!'라고 대놓고 홍보하지 않아도, 여러 시선으로 바라본 브랜드 이야기를 균형 있게 담아내는 것만으로도 그 매력이 충분히 드러나게 한다. 되려 편안하고, 반감이 없다.



매거진B 팀의 스스로 정의 내리는 다큐멘터리도 균형과 맞닿아있었다. 브랜드 다큐멘터리란 하나의 브랜드를 가깝게도 바라보고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도 조망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독자의 입장으로 이야기에 접근하면서도 브랜드 창립자 또는 내부 인력의 입장에서도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래서 그럴까, 분명 좁다면 좁은 범위의 한 개의 브랜드를 취재하는 잡지이면서도 너무 딥하다, 소수만이 흥미로워할 만한 내용이라는 인상을 받은 적이 없다. 균형을 이룬다는 건 '과하지 않고 담백하게'와도 결이 같다.

8주년 기념 엽서들





너무 무겁지 않게, 위트 한 페이지


매거진B 특유의 균형감은 소소한 곳에서도 잘 드러난다. 박은성 편집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고 가는 것보다는 가벼운 스낵 콘텐츠를 중간중간 구성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전에 <LE LABO> 편을 읽으며, 르 라보 뉴욕 본사 직원들의 최근 관심사를 모은 페이지가 뜬금없다면 좀 뜬금없었는데 또 재밌게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그 브랜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뭘 좋아할까?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들일까?'라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옮겨갈 수 있는 가벼운 관심사를 스낵 콘텐츠로서 풀어내지 않았을까 한다. 잠시 독자의 긴장을 풀었다가 다시 브랜드 이야기로 밀도 있게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역할. 읽는 사람의 호흡까지 고려하니, 알고 나면 애정 하지 않을 수 없는 포인트다.





키워드를 통해 매거진B만의 균형 잡기


잡지를 만든다는 건 여러 정보를 하나의 주제로 꿰는 작업이다. 정보가 많아도 너무 많아 되려 큐레이션이 필요한 시대에 하나의 기준으로 정리하고 정돈하는 일을 누군가는 꼭 해야 한다는 조수용 대표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고로 사양 산업이라고 해도 여전히 잡지는 기능하고 앞으로도 기능해야 한다. 매거진B는 츠타야 서점 편을 통해 '그래서 어떻게 B답게 정리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답을 얻었다. 츠타야 서점은 일본의 '서점의 미래'라고 일컫는 곳이다. 츠타야 서점에서는 책을 기존 카테고리에 맞춰 진열하는 방식을 거부하고, 츠타야가 제시하는 카테고리를 통해 책을 소개하고 나아가 '이런 라이프스타일은 어때요?' 라며 삶의 방식을 제안한다.


그런 츠타야에서 힌트를 얻어, 모은 정보들을 해체하고 재분류하는 작업을 통해 매거진B만의 균형을 이뤄가는 또 하나의 방법을 찾지 않았을까 한다. 일례로 츠타야 서점 같은 공간을 이미지로 소개한다는 건 팜플렛이 되어 버리기 십상인 일이라 '키워드' 선별을 통해 특정 시선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츠타야 편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파트도 이 부분이었다. 실제로 그 사진들을 보고 츠타야를 찾아갔을 때,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법한 장면에 시선을 두어 츠타야 서점을 풍부하게 경험하고 왔다.







< 8 Years, 80 Brands >를 통해 들은 매거진B 이야기는 이 외에도 이런저런 좋은 주제가 많았지만 다 담지 않았다. 나에게 가장 와 닿았던 '균형'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글을 쓰려해 보니, 조금이나마 에디터 분들의 작업하는 마음을 알 것도 같다. 하나의 키워드에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고자 한다면 덜어내기의 작업이 필수적으로 수반된다. 오히려 이것저것 가지를 치며 채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다. 채우고 나면 아쉽고 아까워서 마음 한 구석을 잘라 내야 하는 게 더 괴로울 뿐이다. 매거진B 또한 다큐멘터리 잡지를 만들기 위해 아닌 것은 쳐내고 쳐내는 치열한 작업들이 있었겠지. 평범한 공간에도 매거진B가 놓여 있으면 조금 달라 보이는 건, 균형감 있게 한 브랜드를 소개하는 매거진B의 좋은 안목을 그 자리에 빌려다 놓기 때문이 아닐까. 앞으로도 매거진B를 통해 좋은 브랜드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길 바란다. APC 에코백도 받고 싶으니 이번 기회에 1년 구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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