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제품 홍보글은 아닙니다
preface: 서문
3년째 사용 중인 전자책 단말기에 관한 글입니다. 저는 리디북스의 페이퍼 라이트 제품을 사용 중인데요, 제가 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쉽게도 단종되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리디북스에서 라이트와 비슷한 크기의 리디 페이퍼를 새로 출시했는데요! 페이퍼 라이트를 매우 잘 쓰고 있기도 하고 전자책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저의 독서하는 삶이 전자책 단말기를 만나 더욱 풍부해졌기에, 꼭 리디북스 제품이 아니더라도 전자책 단말기 구매에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저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약 3년 전, H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을 때였다. 다른 부서에서 인턴을 하고 있던 오빠랑 책 얘기를 자주 나눴는데, 알고 보니 오빠는 전자책으로 독서를 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북리더기는 내게 생소하다 못해 왠지 모를 반감이 있었기에 이것저것 뾰족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오빠가 네가 한 번 써보라며 들이밀었고 몇 번 만져보고는 금세 매료되었다. 당시 오빠가 참 사람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오빠가 들고 있으니 어쩐지 쿨하게 보이기도 했다. 아직 전자책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없었던 그때, 남들과는 조금 다른 걸 추구하고 싶은 내밀한 욕구가 있는 나는 '이거다!'싶었다. 마침 또 연말이겠다, 항상 새해 목표는 말 뿐인 <더 많은 독서!>였기에 더 실천하는 나를 위한 선물로 리디북스의 페이퍼 라이트(이하 리페라)를 구매했다.
당시 나는 전자책 단말기를 디지털 시대의 폐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책을 기기로 읽을 수 있는가! 책은 자고로 서점에 들러 직접 책을 이리저리 보고, 직접 구입해서 새책 냄새와 함께 설레는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조심스레 펴고, 마음에 드는 구절이 나올 때마다 밑줄도 치고 펜이 없을 땐 책 끝도 접으며 손때를 태우는 게, 그게 책 아닌가!'라는 생각들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기에 써보지도 않고 단정 지으며 밀어냈다. 이북리더기를 사용한 지 3년이 지난 지금은 책과 리페라를 동시에 번갈아 사용하며 독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더욱 풍부해졌고, 리디는 매일 어디든 가지고 다니는 짝꿍 같은 존재가 되었다.
나의 가장 좋은 여행 친구
3년 전, 난생처음 홀로 여행을 떠났을 때다. 당시 인생 최대의 방황을 하고 있던 나는 리프레쉬하겠다며 스페인으로 훌쩍 떠났다. 가장 걱정했던 건 낯선 곳들을 안전하게 잘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고 밥을 혼자 먹어야 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에는 '혼밥 레벨'이라는 말이 존재하듯,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게 혼자 밥을 먹는 일은 모두에게 마냥 익숙한 일이 아니다.
그런 걱정이 무색하리만치 나는 여행 내내 혼자서도 아주 잘 먹고 잘 돌아다녔다. 식당에 들어가 테이블에 홀로(그리고 일부러) 당당하게 앉아 주문을 하고, 이북리더기만 꺼내면 되니까. 밥 먹을 땐 말동무가 되어 주고, 날 좋을 땐 광장에서 느슨하게 책을 읽고, 포르토에 잠시 머물렀을 때는 일과가 두오모 다리 밑에 앉아서 <데미안> 읽기였으니까. 10인실 도미토리로 돌아와 어디에도 있기 뻘쭘할 때, 나는 내 침대에서 베개를 배에 깔고선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끝마쳤다. 물론 혼자 여행하며 여러 사람들도 만났지만, 아무 말하지 않아도 가장 편했던 그러면서도 내게 필요했던 진솔한 얘기들을 들려주었던 친구였다. 덕분에 생각보다도 훨씬 외롭지 않은 여행이었다. 그래서 그때의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지금도 이북리더기를 친구라고 자연스레 지칭하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자꾸 지쳐가는 일상을 무너지지 않게
여행하며 전자책이 좋은 친구가 되어줬다면 일상에선 당 떨어질 때 하나씩 먹는 초콜릿 같은 존재다. 매일 출퇴근 길 지옥철 안, 무거운 책은 펴기도 들기도 힘들어 핸드폰으로 하염없이 스낵 콘텐츠만 소비하고 있는 게 허무하게 느껴질 땐 가방 속에서 슥- 리디를 꺼내 읽는다. 시간도 빨리 갈 뿐만 아니라 끔찍하기만 했던 이 출퇴근길을 조금이나마 의미 있게 만들었다는 뿌듯함이 있다. 매일 10분-20분이라도 읽다 보면 어느새 하나의 책을 다 읽는다.
긴 점심시간이 있는 날엔, 점심 먹고 남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이북리더기 하나만 들고나가 책을 읽고 들어온다. 공원도 좋고, 조용한 카페도 좋고, 심지어 만화카페도 좋다. 삼십 분 남짓한 독서시간은 자꾸만 지치려는 나를 조금씩 일으켜 세워준다. 자꾸 사는 대로 생각하려는 나를 멈춰 세워 생각하는 대로 살자며 방향을 조금씩 틀어준다. 독서는 결국 사소한 습관인 것 같다. 습관은 만들기도 어렵지만 만들고 나서도 다시 잃어버리기 십상이지만, 이북리더기 덕에 조금 더 잘 유지하고 있다. 책도 읽고 싶지 않은 날이 있어도, 가방 속에는 항상 있다. 그냥 그것만으로도 든든한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이북리더기 없인 못살아!'는 사실 아니다. 밑줄은 그을 수 있지만 메모까진 불편할뿐더러, 험하게 쓰면 고장 나기도 쉽다. 아마 이북리더기가 없다면 처음엔 불편하고 허전하다가도, 여전히 20년을 옆에 두고 살아온 종이책으로 이내 익숙한 듯 돌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전자책과 종이책은 서로의 보완재다. 책을 구매하고 보면 종종 한 번 즈음 읽으면 좋을 법한 책이 많고, 그런 책들을 방에 쌓아두는 건 생각보다 부담스러운 일이 되기에 오프라인 서점에서 선뜻 구매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북리더기를 통해서 이 부분을 많이 해소하고 있다. 책이 차지하는 부피를 떠나서 가격도 조금이나마 저렴하고, 두고두고 읽고 싶은 좋은 책이라면 실물 책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으로 가 망설임 없이 구매하면 된다.
요즘은 정말 말 그대로 어딜 가든 리페라를 챙긴다. 여행은 물론이고 잠시 글을 쓰거나 할 일을 하러 가는 카페에서도, 심지어 약속에 갈 때도. 마음 한 구석에 항상 '잠깐 책 읽을 시간이 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리고 가방 한편을 차지하는 부피가 부담스럽지 않기에 일단 들고나가 보는 것이다. 항상 할 법한 고민을 한 겹 걷어내고, 책으로 뻗는 실질적인 손길을 한 뼘 줄여준다. 그렇게 언제나 존재하는 책 읽기에 대한 욕구와 의무감으로 묶어놓은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다. 읽는 행위를 좋아하면서도 의무감에 숙제하듯 행하는 내게, 중요한 건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행하는 읽기를 도와준 이북리더기는 아마 앞으로도 내게 핸드폰과 지갑 다음의 필수품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