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활용한 책 읽기의 시작

by 여네니

시작은 이러했다. 국비 사업으로 1년을 보내는 일의 특성상 매년 1~3월이면 시스템의 많은 부분이 느리게 진행된다. 국비의 대부분이 4월에 입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초는 크게 바쁘지 않았고 그 시기는 새해의 다짐이 시작되는 시점과 잘 맞다. 그저 낭비되는 시간을 소소하게 활용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SNS를 동반한 책 읽기가 시작되었다.


오랜 시간 독서와 거리가 멀었던 나는 책 고르는 방법과 읽는 법을 잘 알지 못했다.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올해는 꼭 책을 읽어야지”라는 생각으로 버킷리스트에 독서를 넣는 일. 나는 항상 책 읽는 방법론적인 책을 골라 들었고, 책에 나온 대로 책을 고르고 읽어보려 했지만 읽는 행위를 지속하지 못했다.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백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사람을 만났다. 많은 책을 읽고 서평하고 서평단 모집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읽고 책 권하는 삶을 사는 젊은 친구였다. 그녀의 활동 중에 크몽 플랫폼을 통한 “한 달 안에 수익 나는 인스타그램 핵심 강의”가 개설되어 있길래 호기심에 수강하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그녀의 강의에 매료되었고 인스타그램을 잘 활용하면 책을 공짜로 받아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내 인스타그램을 책 스타그램으로 용도 변경하게 되었다. 그때 당시 내 인스타그램은 팔로워 100명 남짓, 아이들의 일상 사진으로 가득한 그저 그런 사진 보관용 플랫폼이었다. 새로 계정을 만드는 것보다 100명이라도 팔로워가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면 계정을 더 빨리 키울 수 있다고 조언해주신 덕에 그때부터 내 지인을 대상으로 한 책 서평이 시작되었다.


함께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이 카카오톡에 자신의 피드를 공유하면서 서로의 팔로워가 되어주었고 좋아요, 하트 및 댓글을 달아주었던 피드백이 많은 힘이 되었다. 1일 1피드를 목표로 본인이 올린 피드를 공유했고, 매일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없었기에 아이들의 동화책도 함께 서평 했다. 읽던 책을 완독하면 내 책에 대한 서평을, 책을 읽지 못한 날엔 동화책을 서평 하면서 피드를 늘려갔다. 그렇게 조금씩 사진을 올리다 보니 잘 찍는 사진 한 장에 욕심이 생겨 여러 사람의 책 서평을 훑어보게 되었다. 사진을 잘 찍는 사람, 글을 잘 쓰는 사람, 읽은 책을 필사로 남기는 사람 등 자기만의 스타일로 꾸며진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서 내가 관심 가는 사람의 지난 게시물까지 다 훑어볼 정도로 한때는 인스타그램에 빠져 살았다.


피드를 올리고 싶어 책을 더 많이 읽었고, 사진을 예쁘게 찍고 싶어 문구류를 구매했다. 서평단 게시물이 뜨면 읽을만한 책을 골라 신청했으며 지속하다 보니 서평단에도 당첨되어 무료로 책을 받는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보여주기 위해 읽는 사람이 되었다.


백 도서관, 그녀는 강의를 통해 이런 말을 남겼다. “가성비 최고의 투자는 독서와 인스타그램이다.”

독서는 가성비가 좋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책 한 권으로 읽고 쓰고, 남에게 보여주는 모든 게 가능하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기에 이보다 가성비 좋은 취미가 있을까. 시작은 보여주기 위함이었지만 인스타그램을 동반한 독서 덕에 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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