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한해의 버킷리스트에 독서를 넣을 것이다. 나도 항상 신년 계획을 세울 때 빠지지 않고 들어갔던 항목 중의 하나가 독서였다. 책을 전혀 읽지 않던 사람이 책을 읽는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아낌없이 책을 구매했던 게 더 많이 읽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중에 내가 관심 가졌던 것은 동네서점, 독립책방이었다.
내가 사는 도시에도 동네 책방이 몇 군데 있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도서를 큐레이팅해 주거나 계속 방문하고 싶은 분위기를 풍기는 책방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인터넷을 통해 책방의 정보를 얻게 되었다. 경주의 <어서어서>란 곳에서 책방지기가 낸 책을 읽고 동네서점의 매력에 빠져 가수 요조가 운영하는 <책방무사>, 부산에서 제법 유명한 <주책공사>, 이유미 작가의 <밑줄서점>까지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작은 책방에 관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접했고 기회가 되면 방문해 보기도 했다.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책을 현장에서 살 수도 있고 내가 원하는 책을 주문 넣어 받아보기도 했다. 교보문고나 YES24와 같이 대형서점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책을 빨리 받거나 할인받지는 못하지만, 책방지기를 믿고 그들의 책 추천을 따라가다 보면 책 읽는 범위를 확장하기 좋다.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의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신간을 추천받기도 하고 때론 공간의 분위기에 취해보기도 한다.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김포의 <게으른정원>이란 독립서점을 알게 되었다.
30살의 젊은 여성이 운영하는 책방으로 원래 가구를 만들던 청년이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게 된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가 세팅해둔 가구들이 눈에 띄었다. 나는 원래 짙은 색의 원목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 공간에 있는 가구의 색감이, 벽면에 칠해진 노란색 컬러가, 그녀의 아기자기함에 반해 오래도록 곁에 머무는 팬이 되었다. 그러다 조카의 중학교 입학 선물로 메신저를 통해 책을 주문하게 되었는데 내가 요청하는 것들을 듣고 세심하게 이것저것 고른 후 예쁘게 포장하여 집으로 배송된 그녀의 정성을 보고 나는 더욱더 <게으른정원>을 응원하게 되었다. 나 또한 젊음의 도전을 즐기고 응원하는 편인데 특히나 그녀가 젊음의 열정을 불태우며 꾸리는 작은 책방이라 그런지 마음에 와닿았다. 공간을 대여하기도 하고 재능을 팔아 브랜딩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젊은 친구들과 함께 글쓰기까지 하는 그녀의 공간. 내가 만약 책방을 열면 그녀의 스타일을 본받고 싶다.
이렇듯 누군가의 큐레이팅을 따라 아낌없이 책값을 지불하고 때론 그 공간에 들어가 보는 것. 그 속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그 또한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비결이고 기회가 된다면 나만의 큐레이션을 다른 이들에게 나누고 싶다. 소소하게 동네 책방을 즐기면서 나도 언젠가 함께 책 읽는 공간을 꾸려보고 싶다는 큰 꿈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장길을 빌려 김포의 <게으른정원>을 방문했다. 왕복 2시간 이상을 투자하고 비록 20분 정도밖에 머무르지 못했지만 너무나 가보고 싶었던 그녀의 공간.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기자기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고 느낌 그대로 나무의 질감이 좋았으며 코끝 가득 향긋했다. 그리고 그 공간 속에 반짝이는 그녀가 있었다. 그녀가 추천했던 책 몇 권을 집어 들고 아쉽게 뒤돌아섰지만, 기회가 되면 꼭 재방문해 보고 싶었던 곳. 동네서점을 좋아하고서부터 어딘가 가게 된다면 꼭 그 지역의 서점을 검색하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시간이 되면 방문해 보고 그곳에서 한 권의 책을 고르면 또 한 권 읽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책과 함께한 공간의 기억이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