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배척하지 않고 자기를 드러낼 방법은 없는가?
흰색은 언제 가장 흰색 다울까? 검은색은 언제 가장 검은색 다울까?
아마 답은 우리가 미술시간에 배웠던 명암대비 속에 있을 것이다.
즉, 다른 대상을 통해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 수 있을 시 그 대상은 더욱 돋보이게 된다.
그런데, 이 명암대비 효과가 우리 사회의 각종 이슈 속에서 보이는 듯하다. 즉, 남을 깎아내려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나쁜 명암대비 효과가 도드라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터넷 기사의 댓글들만 잘 보면 이와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몇 가지 주요 이슈들의 혐오 문화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대표적인 논란거리이다. 굳이 댓글들을 언급 안 해도 이 부분은 서로가 더욱 혐오의 침을 뱉으며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원래대로 회복하는 것이다!"
VS
"여성들의 그런 주장으로 인해 열심히 일하는 남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
"한남들은 어쩔 수 없다!"
VS
"메갈들은 이 땅에서 없어져야 한다!"
서로를 혐오하는 말이 너무 많아서 그냥 이쯤에서 정리하고자 한다.
"삼성은 우리나라 기업이다!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
VS
"왜? 우리가 삼성을? 그냥 좋으면 쓰는 거지!"
"갤럭시 폰이 최고다! 기술력이 훨씬 좋다!"
VS
"아이폰이 비싼 이유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감성이다! 삼성폰은 그렇지 못하다!"
유치하다.
참으로 유치하다.
싸울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왜 핸드폰을 두고 싸워야 하는가? 핸드폰으로 무엇을 드러낼 수 있는가? 그 사람의 가치? 그 사람이 부의 정도? 우습다. 정말로 그렇다고 하다면,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겠지만, 월급쟁이가 저축해서 '샤넬'가방 산다고 해서, 그 사람의 월급 수준이 올라갔다고 판단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전과 같이 월급쟁이라는 것은 다 아니깐. 그저 부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을 뿐이다.
삼성 갤럭시가 좋으면 그걸 사면 되는거고, 애플 아이폰이 좋으면 그걸 사면 되는거다. 남과의 우위 비교를 통해 핸드폰을 살 거면 천만 원짜리 금박 된 것을 고르면 된다.
"이번만큼은 류현진(LA 다저스 선수)이 사이영상을 받아야 한다! 방어율을 봐라! 역대 최고다! 슈어저(워싱턴 선수)의 방어율은 아직 한 참 모자라다!"
VS
"슈어저의 탈삼진 능력을 봐라. 류현진 국뽕 적당히 해라! 이 야알못들아!"
우리가 사이영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류현진이 잘하면 좋겠지만 두 선수 모두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는데 왜 우리가 그들을 대변해 서로 싸워야 하지? 슈어저가 부상 중인 상황에서도 마치 더 오랫동안 누워있기를 바라는 듯한 댓글들과 혐오 태도들을 보이고 있으며, 반면 류현진이 삼진이라도 하나 못 잡으면 역시 야구는 삼진이라며 류현진 선수를 깎아내리기 여념이 없다. 야구 전체를 위해 두 선수 모두 훌륭하기에 둘 다 응원하면 야구 전체의 파이는 더 커지지 않을까?
좀 더 억지스러운 김에 더 억지스러운 사례를 들어보자.
"학종으로 가야 한다! 수능 확대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인재교육과 맞지 않다.(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단체)"
VS
"학종은 불공정하다. 정시 50% 이상, 아니 100% 해야 한다!(공정사회단체)"
마찬가지이다. 교육 관련 기사 나올 때마다 댓글들은 저 두 주장으로 난리이다. 좀 더 엄격히 말하면 정시 확대 주장이 거의 두 배지만, 여전히 논란거리는 맞다. 하지만, 둘 다 양립 불가능한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최선의 적절한 수시/정시 비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수시 올인? 정시 100%? 모두 틀리다. 중요한 것은 양립불가가 아니라 모두의 장점을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학종처럼 다양한 교육활동을 반영할 수 있되, 수능처럼 공정한 방안을 말이다. 예를 들면 논술은 어떤가? 지금 논술전형에 대해서는 어느 단체에서도 물고 늘어뜨리지는 않고 있다. 희한하게 말이다. 채점의 공정성? 난이도의 공정성? 조절 가능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안 싸워도 된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존감의 문제이다.
왜 우리는 남을 헐뜯는데만 혈안이 되어있을까?
우리 주변 사람들의 성향들을 세세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면들을 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잘난 척하는 사람은 실은 매우 소심하다거나, 개그맨들은 항상 재미있는 줄 알았는데, 사석에서 만나보면 말이 없기도 하고, 반대로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인 줄 알았는데, 집에서는 엄청 수다쟁이이기도 한 사람들의 모습을 종종 보거나 들을 수 있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자.
이번엔 [학교폭력 문제]의 사례로 생각해보자.
타인을 비방 및 비난하고 왕따를 시킨다. 정말 그게 재미있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그러한 폭력적 행동에 정말 웃음이 나오고 멋져 보여서 주위 친구들도 하나같이 동조하는 것일까?
아니다.
쉽게 말하면 [있어 보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욕을 하고, 대들고, 때리고, 험담을 할수록, 즉 먼저 공격할수록 나에 대한 비난을 그 피해를 받는 타인에게 화살을 돌릴 수 있다.
그 말은 결국 공격자가 오히려 조바심내서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며 스스로가 자존감이 매우 낮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줄 뿐이다.
결국 나를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남을 비방했던 행동들은"내가 못났다."라는 것만 더욱 드러낼 뿐이다.
마치 명암대비 효과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