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성의 회복
저번 <인구감소와 미래교육의 변화>에 이어서 이번은 [2022학년도 이후의 사회의 변화와 교육의 미래]를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다루어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바로 얘기한다면
2022년부터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의 특징은 [학생들의 선택과 책임, 그리고 진로 설계]로 볼 수 있다.
즉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우선 진로를 설계하고 그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서 고등학교에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한다. 그 말은 고등학교에 오면 1학년 때부터 (아니, 그 전부터) 진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전략적인 선택과목과 흥미위주의 과목 선택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과목들은 절대평가시스템으로 평가된다는 점이 핵심이다.
즉, 내신에서 거의 절대평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내신에서 입시에 대한 변별력은 사라지는 것이며, 풍선효과로 인해 그 나머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비교과 영역도 지금 줄이고 있는 마당에(올해 2019년부터 창의적체험활동기록 글자수 감소, 행동발달 및 종합의견 기록 글자수 감소, 수상기록 학기당 1회 기록 등이 시행된다.) 비교과 영역의 가치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솔직히 교육부는 무슨 생각으로 생기부 글자수 감소를 추진하는 지 모르겠다. 비록 담임교사 입장에서는 참 좋지만, 결국 다른 무언가로 변별력을 만들어야 하는 일이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 시험은 지금의 '수능'과는 다를 것이다.
수능의 가치는 공정성만 남은 상황이다.
그럼, 일단 객관식 시험은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논술과 같은 대학별고사가 될 수도 있다. (이상하게 학종의 공정성은 의심하면서 논술은 의심하지 않는다.)
어쩌면 IB같은 서술형 평가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험들은 소수의 대학들만 치를 수도 있다.
말도 안되냐고?
인서울 및 수도권 대학들은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 여유가 그나마 있어서 학종으로 미리 학생들을 선점하고자 할 것이다. 그 기준은 내신(절대평가)+ 비교과 형태의 학종 시스템과 대학별고사(면접 및 논술)로 이루어질 확률이 높다. 그렇지 않고 정시까지 기다리면 정원 충원이 100%가 안 될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립대 및 소수의 지방 사립대는 몇몇 학과에서는 선발의 개념이 남아 있겠지만, 결국 정원을 다 못 채우게 되고 선발보다는 충원에 급급하게 될 것이다. 즉, 몇몇 대학 및 학과는 지원만 해도 합격이 이루어질 것이다.(지금도 일부 사립대는 지원만 하면 합격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학생 충원이 급한 상황이기에 마찬가지로 정시까지 갈 생각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대학별 고사는 엄두를 못 내거나 아예 치르지도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즉, 수능으로 인한 선발이 힘들어질 수 있다.
결국 국민의 50% 이상이 바라는 정시확대는 대학입장에서는 힘들다는 것이 현재 대학교들의 입장이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고교학점제는 정시보다는 수시를 지향하는 고교과정이다. 즉, 인구의 감소와 그에 따른 대학들의 수시선호도, 그리고 학생들의 학종스타일로의 변화 및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대비 등이 맞물리면서 정시확대는 일시적으로 가능하나 그 이상은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아마 2022학년도의 정시 30%가 마지노선일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아이들에게(현재 초등학교 6학년 이하)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이고 그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진로에 치중되는 교육의 가속화로 인해 진로 맞춤형 인재가 필요해지고 있다. 한가지 오해하지 말아야할 것은 선택형이라고 해서 좋아하는 과학은 듣고, 수학은 듣지 않는 수업태도가 아니라, 이공계 진로라 한다면 과학과 수학 비중을 높여야할 것이며, 예상 외로 이공계는 영어능력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과목을 억지로 듣기는 해야 한다. 체육교사가 되겠다고 체육만 들어서는 아무 것도 될 수 없는 것 처럼 말이다.
일부 대학은 전공적합성을 별로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은 학업역량을 보겠다는 것이지, 쉬운 과목만 듣고 공부를 못 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 그렇기에 학업역량은 중요하며, 전공적합성의 개념을 좁게 보지 맗고, 학업과 연계해서 폭 넓게 봐야 함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선 학업역량과 더불어 진로에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그에 맞는 능력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단계가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는 '대학어디가' 사이트에 잘 나와있다.)
절대평가로 인해 내신을 얻기 위해 암기만 했던 시대가 약해질 것이다. 비교과 영역이 축소되면서 상대적으로 강조되는 것이 바로 '과목별세부능력특기사항'이다.(비교과 영역 기록 글자수는 줄었지만, '과세특'영역은 그대로다.) 즉 수업시간의 '과정중심평가', 다시 말해 수행평가, 수업활동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지식도 있지만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며 융합적인 부분을 대학들은 더욱 선호하고 있다. 하나라도 더 암기하고 머릿 속에 주입할 것이 아니라 그 내용들이 어떻게 활용되고 다른 영역과 결합되고 생성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독서를 바탕으로 성찰적 사고, 융합적 사고능력을 기르는 경험이 필요하다. (이 부분들은 지금도 중요하다.)
한가지 팁을 더 얘기한다면 비교과 영역의 중요성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과목별 세부능력특기사항이 중요해졌다고 앞에서 언급했는데, 과목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즉, 모든 학교가 같은 수의 과목을 배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구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에만 특기사항이 기록되어 있는데, 다른 누구는 거기에 음악, 미술, 체육까지 기록되어 있다면 분량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점점 중요해지는 이슈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의 힘이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자신만의 적성과 흥미를 보여줄 수 있는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과목 수강이야말로 대학들이 선호하는 유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시대에는 이 부분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인성적 측면은 아마도 교과 수업 내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밖에 없다. 즉, 얼마나 배려하고 협동하는 자세를 보이는가, 리더십 및 팔로우어십을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가를 대학들은 아무래도 유심하게 볼 수 밖에 없다.
결국 공부해서 나한테 도움을 주는 자가 아닌 남에게 줄 수 있는 협업의 정신과 자세를 지닌 자들을 요구하게 된다.
정리한다면,
즉, 점차 잃어버리고 있는 자기주도성을 회복할 수 있는 자만이 미래시대의 교육에 적합하다고 결론 지을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