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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호 Apr 19. 2020

온라인 수업과 미래교육에 대한 단상

온라인 교육이 미래교육이라고요?

1. 온라인 교육 준비 및 학교의 실행 모습

현직 고3 담당교사로서 지난 4월 9일부터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은 3월 2일 개학준비를 하다가 2주씩 뒤로 밀리면서 결국은 [온라인 개학]이라는 사상 초유의 학교 수업 형태에 적잖이 당황을 하였고 시행계획 발표날부터 유튜브 자료, 네이버 밴드 자료, 심지어 책장 속에 고이 모셔놨던 '구글 전문가(?) 활용'도서도 꺼내보며 준비를 하였다. 그리곤 개학 하루 전날에서야 '구글 행아웃'을 통한 화상수업을 실험 삼아 진행해보곤 개학 당일 아침에 부랴부랴 쌍방향 수업을 저질러 버린 상황이다. 다른 동학년 선생님들도 학교 정보부장을 통한 '구글 클래스'활용 연수를 발판 삼아 각자의 아이디어를 내놓고 공유하며 밤늦게까지 논의와 토론을 거치며 개학을 준비하였다. 지금도 여러 에러를 발견하고 있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부에서는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표현하며 미래의 교육이 다가왔음을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학생들은 각종 노트북, 컴퓨터, 스마트 기기들을 활용하여 지정된 사이트에 접속해서 교과서와 문제지를 펼쳐놓고 화상으로 또는 단방향 콘텐츠로 수업을 받거나 과제를 제출한다. 어찌 보면 어렸을 때 봐왔던, 아니 꿈꿔왔던 미래의 교육적 단상처럼 비친다. 특히 언론에서도 한 모니터에 여러 학생들의 얼굴이 비치는 쌍방향 화상수업이 신기했는지 연신 셔터를 누르며 기사를 작성하는데 여념이 없다. 


'미래 교육에 한 발자국 더 다가선 모습'이라며......

하지만 온라인 개학을 한 지 1주일이 지난 이 시점에 위에서처럼 교육부에서, 또는 언론에서 자화자찬(?)을 하는 지금의 '온라인 교육'이 과연 미래교육의 모습일까라는 생각과 고민을 갖게 되었다. 언뜻 첨단 기기 및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수업이 멋져 보이고 소위 그림이 되기에 교육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지금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신기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할 정도니깐. 


약 1주일간 진행해온 온라인 교육의 모습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실제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은 다 아실 것이다. 


쌍방향 수업을 하고 있지만, 웹캠이 없거나 노트북이 없는 친구들, 스마트기기에서는 과제 수행이 안된다는 학생들, 본인인지 동생인지 친구인지 알 수 없는 모습들, 학생 목소리 뒤에 감춰진 부모님들의 훈수(?) 소리들, 출석은 하였으나 과제를 제출하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학생들, 무엇보다도 쌍방향이지만 교사 혼자 마이크로 떠들어대는 일방향 수업 진행방식의 모습 역시 온라인 교육의 단상들이다.


즉, 학교 현장은 언론에서 그리고 교육부에서 예상하는 것만큼 그렇게 장밋빛 모습만 그려지지는 않고 있다. 만약 지금의 모습이 미래의 교육 모습이라면 학교는 없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학생들은 학원과 독서실을 주로 다니게 될 것이고, 학부모님들은 울화통이 터질 것이다. 그리곤 각종 가정문제 및 청소년 지도 문제가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되어 학교교육은 '에버레트 라이머'가 얘기했듯이 그 철학과 기능을 잃게 되어 결국 '죽게'될 것이다.


현장을 담당하는 일개 교사로서 감히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고 두렵고 불확실하나 피부로 느끼기엔 지금의 교육 모습이 교육부나 주변 언론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리 긍정적으로 그려지지만은 않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지금의 온라인 교육은 한시적이고 임시적이고 정규 오프라인 교육의 보완적 특징을 안고 있다. 또한 미래가 아닌 현재의 교육이기에 당연히 시행착오가 많고 잠재적 문제점, 또는 표면으로 드러나는 문제점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공학적 측면은 교육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고 본질을 표현하는 하나의 표현적 수단에 지나지 않다. 즉, 교육의 본질을 스마트 기기로 모두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점을 언론이나 학부모님들, 그리고 학생들도 알아야 하며 나아가 교육부 역시 무엇이 진짜 교육의 본질인지를 이해하여주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다고 그것이 미래교육의 전부라면 교육 학자들뿐만 아니라 교육부도 더 이상은 필요가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는 미래교육의 특성과 예측, 학교 교육의 보완점 등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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