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영호 May 17. 2020

코로나로 인한 고3 등교 개학 연기를 바라보며

안전과 입시 그 간극만큼 갈등의 간극도 크다

드디어(?) 이번 주 수요일부터 등교 개학이 이루어진다.

그동안 고3 기준으로 총 5차례의 등교가 미루어졌다. 처음에는 1주일, 그리고 2주일, 다시 2주일, 또다시 2주일, 마지막으로 1주일...


그런데, 지금의 등교개학을 둘러싸고 자녀의 학년에 따라 학부모 및 그리고 당사자들 간의 갈등이 여전히 심한 듯해 보인다. 

그 갈등 문제를 크게 나누면 다음과 같다.


이태원 발 코로나 확진자 발생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등교 개학이라니...!!

VS

고3 자녀를 둔 학부모가 아니면 지금의 상황을 마냥 가만 둘 수만은 없다는 것을 모른다. 제발 입시문제에 관심을 가져달라! 그리고 서둘러 개학을 해달라!


즉, 안전을 우선순위로 둘 것이냐, 아니면 입시를 우선순위로 둘 것이냐가 갈등의 초점이 되고 있다. 청와대 청원까지 가면서 등교 개학을 반대하는 무리와, N수생과의 경쟁에서 더욱 밀리지 않으려면 더 이상 등교를 미룰 수 없다라는 무리간의 의견 충돌이 온오프라인에서 점점 잦아지고 있다.


고3 입시의 최전선에 있는 입장에서 학년부장으로서의 입장을 솔직히 밝히라고 한다면, 

고3 학생들인 경우, 지금 개학하는 것이 맞다.

단, 조건은 입시 환경이 에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말하는 것이다. (솔직히 안전을 생각하면 등교개학은 좀 더 연기되고, 1학기 및 입시체제 전반에 대한 검토를 서둘러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시체제가 변함없이 그대로 진행된다고 한다면, 개학 전에 고3 학생들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제일 크게 다가올 것이다.(실제 학생들이 제일 많이 물어보는 문제들이기도 하다.)


첫째, 중간, 기말고사를 포함한 내신 문제

둘째, 수행평가와 같은 과정 중심 평가 문제

셋째, 독서, 탐구, 대회, 동아리 등의 비교과 활동 문제

넷째, 제일 중요한 진학상담 문제


이런 문제들을 5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끝내야 하는데, 그러려면 지금 등교한다하더라도 매주 대회 참가, 과정 중심 평가, 모의고사, 독서, 비교과 탐구활동이 톱니바퀴 흘러가듯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개학을 해야 하는 것이 맞다.

다시 말해, 6월 이후로 등교가 미루어지면 이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기에 결국 입시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교육부도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입시체제 전환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교육부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5월 안에 개학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6월 이후 등교를 예상한다면 비교과 제외 혹은 축소, 수능 난이도 조절, 중간/기말고사 반영 문제 논의, 대학들의 입시요강 변경, 나이스 입력체계 변환, 그리고 수능 포함 대입 일정 조정 등의 변화가 예상되기에 가능하면 이번 5월 안 등교를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단,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왜 좀 더 여러 시나리오들을 만들어 대비하는 과정에서 중장기적인 플랜을 갖추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고, 현장에 있는 교사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제일 아쉽게 느껴진다. 전대미문의 팬데믹 사회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구상하기가 어렵긴 하겠지만 그 어려운 것을 하라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가?


어쨌든, 결국 등교 개학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일개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그려질 모습들을 조금이나마 예상하고 이를 대비하고자 한다.(교육부도 많이 생각하고 더 고민하며 예상 시나리오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1) 무더운 여름 속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하는 모습 속에서 에어컨을 틀기는 하지만 1/3 정도의 환기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므로 학생들의 수업 집중력은 당연히 떨어진다.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학생이나 선생님 모두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선생님도 웬만하면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던지 맨 앞자리 앉은 학생 기준으로 2m 이상 떨어져서 수업을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짝 활동, 모둠활동, 협력수업은 지양해야 한다. 즉, 모둠활동에 따른 수업 및 과정 중심 평가는 모두 지양해야 하며 아울러 동아리 활동 등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빈약한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 기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학종'에 있어서 불리한 면을 지닐 수밖에 없다고 본다. (결국 1, 2학년 성적과 비교과활동, 3학년 내신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다.)


2) 방과 후 활동, 야간자율학습도 지양해야 한다. 

이 점은 시도교육청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안전을 고려해야 할 때 아무래도 전보다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되도록이면 학교라는 공간에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결국 고3 입장에서는 일찍 하교해서 학원이나 독서실을 다녀야 할 수밖에 없는데 교사와 학생이 서로 긴밀하게 상담 및 대화를 하며 입시 전반을 설계해야 하는 환경에서 이러한 모습은 학생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전화로 상담할 수는 있지만 대면상담만큼 그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아무래도 힘들다. (차분히 자신의 계획을 진행하고 실천할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인데 N수생들보다 좀 덜 성숙한 재학생들에게는 쉽지 않을 것이다. 즉, 정시 및 수능은 재학생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단, 지금까지의 온라인 수업 기간을 봤을 때 재학생이나 N수생이나 정시를 공부하기에는 거의 비슷한 환경이었다.)


3) 빠듯한 학사 일정으로 인해 입시에 대한 대비책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매주 집중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입시 생활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고 결국 막연한 수능 혹은 정시 도전이라는 탈출구(라고 읽고 현실도피라고 말한다.)만 생각하게 될 것이다. 결국 하나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이도 저도 아닌 노력만 하게 되고 그렇게 올해가 무의미하게 지나가버릴 것이다.(수시 즉, 학종대비를 철저히 계획하여 핵심탐구역량 및 전공적합성을 보여줄 수 있는 활동 1-2개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는 내신 및 수능 공부에 쏟아부어야 한다.)


4) 코로나 확산 가능성 문제

제일 중요한 안전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즉, 코로나 질병 확산의 염려와 문제가 동시에 발발할 것이다. 만약 어느 한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시나리오에 따라 그 학교는 그 일대와 더불어 잠정적으로 폐쇄될 것이다. 그리고 부랴부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해야 하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형평성을 얘기하며 입시에서 피해를 보게 되었다고 주장할 것이다. 솔직히 이 4번 문제 때문에 본인 역시 개학 등교가 두렵다.(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학교 등교 중지인 경우 학생들에 대한 교육 방안은 결국 온라인 수업 및 온라인 시험일 것이고 이는 불공정한 내신 시험과 부족한 비교과활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 확률은 질병전문가들에 의하면 아주 높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등교 개학이 확정된 마당에 이제 와서 대안은 없다. 

그 전이었으면 위에서 언급한 대로 비교과 활동 축소, 3학년 반영비율 축소 등에 대해서 논의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코로나 19와 함께 등교 생활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방역과 위생에 신경 쓰며 답답하지만 마스크 쓰고 수업에 집중력을 발휘해서 참여하고 동료보다는 개인 탐구 위주로 비교과 활동을 채워나가며 하교 후에는 내신과 수능에 전력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N수생들이 수능 및 정시를 지배할 것이라는 쉬운 예측 속에서 재학생들에게 남은 건 수시(학종 및 논술)뿐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남은 200여 일을 최선을 다해 지내는 수밖에 없다.










작가의 이전글 온라인 수업과 미래교육에 대한 단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