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사이에서
지난 20년간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오가며 그리고 현재 고등학교 3학년 부장으로서 학교의 현장을 경험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것도 중소도시에서의 교직경험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입장에서 지금의 교육현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어느 영역이냐에 따라 그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그냥 전반적인 느낌일 뿐이니 반박해도 할 말은 없다.
다만 그 느낌대로 그저 표현한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솔직히 착한 학생들도 많고 헌신적인 교사들도 많으며 열정을 쏟아붇는 관리자 및 행정직원들, 학교 일을 내 일처럼 여기며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시는 학부모님들도 여전히 많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밑빠진 독에 물을 붇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모든 것이 여기에 맞추어진 듯 한 교육목표-교육내용- 방법- 평가의 교육과정 시스템, 그와 결을 같이 하는 대학지상주의 교육철학, 그리고 경쟁에 따른 결과에만 목매는 학교 및 지역사회문화가 있는 한 무엇을 바꿔도 학교의 밑은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위치이기에 더욱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우선 코로나 19로 인해 등교 개학연기에 따른 온라인 개학 등을 둘러싼 학교 현장의 논리를 보자.
등교개학 찬성 vs 등교개학 반대
입시 vs 안전
아마 크게 위의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져 갈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즉, 입시, 그것도 고3 입시를 최우선시 하는 사람들은 등교개학을 찬성하거나(특히 수시전형을 생각하는 사람들), 반대(정시를 생각하는 사람들)를 할 것이다. 안전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등교개학을 반대하며 코로나 19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등교개학을 강행하고 말았다.(순차적이긴 하지만) 그것은 오로지 약 600만명의 학생들 중 고3학생 45만명의 논리가 그 만큼 중요하게 먹히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볼 수 있다. 즉, 코로나 19와 같은 중차대한 문제 속에서도 입시 논리가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는 코로나 19 이후의 시대(AC : After Corona)를 준비하고 있다. 칸아카데미, mooc 등의 온라인 원격교육, open learning 등이 대두되고 그 어느 때보다도 AI에 의한 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와중에 우리는 수시 정시 비율과 공정성 문제에만 매몰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공정하지 않은 입시 제도를 옹호할 이유는 추호도 없다.
온라인 교육을 하며 느낀 점은 확실히 교육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접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이 아무리 훌륭해도 컴퓨터 앞에 그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학교 선생님의 전화 혹은 부모님의 잔소리이다.
그리고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하는데 쌍방향 수업을 하더라도 대부분은 교사의 일방향 수업이 많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낯선 기기 속에서 처음 보는 선생님과의 수업은 아무래도 쉽지 않다. 교육학에서 강조하는 '래포(rapport)'형성은 오프라인에서 서로의 얼굴을 보고 얘기를 듣고 말하는 과정이 없어서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온라인교육은 오프라인 교육의 범주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우리가 말하는 미래에 펼쳐지게 될 아주 이상적인 온라인 교육의 모습은 소위 공부 잘하고 학업 동기가 충만한 소수의 학생들에게만 적용된다.
그렇기에 오프라인 교육을 기본 베이스로 하고 온라인 교육은 flipped learning, 또는 수업에 대한 review 성격 또는 보완 성격으로 작용해야할 것이다. 지금 이야기가 나오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은 조금 정의의 적용범위가 불확실하긴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병합 차원에서는 같이 논의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AI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선택권은 결국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에 달려있게 될 것이다. 여러분들이 하는 SNS 및 youtube 역시 알고리즘에 의해 여러분들의 선택권을 앗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결국 선택권이 빼앗긴 상황에서 수동적 자유로움을 담보로 인공지능에 종속된 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아니, 벌써 그렇게 되고 있다.
앞으로의 화두는 결국 '선택권'이 된다. 고교학점제, 대학 및 학과 선택, 계열 선택, 과목 선택 등 교육의 화두는 삶과 진로에 대한 주도권을 쥐고 스스로 선택을 할 것이냐, 누군가의 알고리즘에 의해 편한 삶을, 하지만 능동적 선택권이 부재된 상황을 즐길 것이냐가 될 것이다.
힘들어도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그 결과에 책임을 지고 다시 재도전하는 삶이 미래역량을 키워줄 수가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자기주도적 학습,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 및 강한 인성이 자라날 수가 있다.
그러한 자녀들의 선택권을 키워줄 수 있도록 허용적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야 한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비록 멀리 돌아가더라도 재도전하는 삶의 중요성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자녀들의 행동이 답답해서 '이리줘봐'라는 말과 함께 아이의 놀이를 과업으로 바꾼 적이 없었던가?(나 역시 그랬다. 그래서 우리 아들은 지금도 엄마 아빠의 눈치를 보는 제스처를 취한다.)
언제까지 아이의 진로와 미래를 뒷받쳐줄 것인가? 엄마 아빠의 길이 자녀들의 미래에도 같은 길로 펼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묵묵히 지켜보면서도 10번 야단 칠 때 1번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아이의 마음을 알아가고 그 속에서 잊어버렸던 하지만 그리웠던 아이와의 행복을 다시 만들어갈 수는 없을까?
온라인 교육 기간 동안 대학의 시스템은 지금 초중고등학교보다도 못 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부실한 온라인 교육 시스템과 성의없는 수업내용, 강의에 대해 무지한 교수님들, 그리고 학생의 등록금을 반환해주고 싶은 의지도 없는 비도덕적 행태와 더불어 돈이 없다는 건전하지 못한 대학 재정 상태까지 모두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등록금을 투명화하고 불용예산 등을 활용하여 교육의 질 재고, 온라인 교육 시스템 구축, 미래산업 대비 교육과정의 재편화가 동시에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잘 대비하고 있는 학교도 많다. 하지만 학령인구감소와 함께 그저 학생들을 등록금수입이 주요 원천으로만 바라보고 대학학위 장사를 하고 있는 대학들은 하루 빨리 구조적 개혁을 단행하여 작금의 비극적 상황에서 희망의 미래로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 이전이 경험으로 지금의 상황을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통적 가치의 균열은 이미 시작되었다.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