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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호 Sep 03. 2020

1cm 다이빙

소확행이 아닌 나만의 최소확행을 위해

1. 행복을 찾아서


'윌 스미스'주연의 영화 '행복을 찾아서(원제: The pursuit of happiness)'를 보면 절망 끝에서 가족(실은 아들 한 명)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즉 가족을 끔찍하게 사랑하지만 먹여 살릴 처지가 되지 못하는 주인공의 비루한 삶이 결국 '취업'을 통해서 반전을 이루게 되는데 이를 통해 결국은 '행복=돈인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젊었을 때 봐서 제대로 이해가 되지 않았었던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라고 잠시나마 생각해보는 계기를 준 영화였다.


1cm 다이빙

최근 고3 담임 및 부장으로서 너무 지친 나머지 소소하게 짧게 머리나 식히자는 차원에서 집어 들게 된 책이다. 행복이 어디에 있을까, 일상 속에서도 행복을 쉽게 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살짝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다. 너무 바빠서 하루 10페이지 정도씩만 읽었지만 간만에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책인 것 같다. 


우리는 행복을 마치 거대한 이룰 수 없는 꿈인 듯 생각하며 '내 주제에... 아직 행복은 가질 자격은 없어'라는 주문으로 자신을 더욱 혹독하게 몰아세우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좀 더 공부해라.
하고 싶은 것은 대학 가서 해라.


아마 지금의 고3 학생들이 제일 많이 듣는 말일 것이다. 나 조차도 공부 안 하고 잠만 자거나 게임에 몰두하는 학생들에게 종종 하는 말이다.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지만 부장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을 하며 학생들에게 매몰차게 말할 때도 있다.


그런데, 행복은 정말 대학 합격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우리는 답을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더 긴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전 보다 더 큰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한계효용의 법칙으로 인해 우리는 보다 큰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면 행복을 절대 이룰 수 없으며 

결국 모든 권력을 휘두르고 마음껏 돈을 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면 좌절감만 남아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결국은 그것이 파멸의 길이 될 것이라는 것을......



2. 기성세대의 행복은?

기성세대도 처음에는 소소한 행복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른 세대는 아픔과 설움을 술 한잔으로 달래는 방법 외에는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 


왜? 삶 자체가 힘들고 바빴고 술 한잔에도 슬픔을 달랠 수 있었으니깐.


그런데 그렇게 술 한잔 거나하게 걸치시고 집으로 돌아와 눕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 왠지 안타깝다는 생각만 들었다. 

술 외에는 행복을 맛볼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던 것이었을까?

물론 가끔씩 동네 산책 및 올레길을 돌아보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같지만 뭔가 다른 소소한-자기만의 행복 회로를 돌릴 수 있는-행복을 찾아서 떠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3. 지금 학생들에게 행복은?

최고의 행복일까?

다 알 거다.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신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어 할까?


아마 24시간 PC방 자유이용권이 대부분일 것이다.

기성세대가 삶의 팍팍함으로 인해 소주 한잔 외에는 다른 행복의 길을 찾아 나서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의 학생들도 학교-학원-독서실 생활과 입시 생활로 인해 삶의 여유를 못 느껴 게임 외에는 다른 행복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어른들보다는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 나서고 있는 학생들의 비율이 높다. 진학지도를 지난 10년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진로에 대해서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은 정말 다행으로 여겨진다. 대기업, 공무원이 전부였었지만 이제는 자기 사업, 스타트 기업, 유튜버, 방송, 요식 및 요리, 스포츠 분야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참 고무적이다.


그래도 입시라는 굴레는 벗어날 수 없어서 지금 현재 내 앞에서 머리를 싸매며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연민이 느껴진다. 더 큰 행복이 저 모퉁이만 돌면 보일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안고 공부하는 친구들을 보면 끝이 비극적인 영화를 다시 보는 기분이기까지 하다.


그래도 교실에서 학생들끼리 노는 모습을 보면 자기들만의 1cm 다이빙을 실천하는 친구들이 아주 많다. 얼마 전 우리 학교 학생들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졸업앨범 촬영을 위해 화장 및 분장에 여념이 없었는데 비를 맞기도 하고 비를 피하기도 하며 순간순간을 즐기는 모습이 무척 부러웠었다. 막간을 이용해 '옛날 노래 1초 듣고 맞추기'게임을 하며 다 같이 춤추고 웃는 모습을 보며 어느새 같이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였다. 그때의 웃음은 돈으로, 공부로 살 수 없는 웃음들이었다. 

 

요즘은 학년 부장으로서 지난 3년간을 가르쳤던 학생들에게 무척 미안한 마음만 가득하다. 애들이 시험을 잘 못 봐서 좌절하는 모습에, 수시 대신 정시를 하겠다며 공부하지만 잘 적응을 못하는 모습에,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모습에 내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지난 1주일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얘들아... 미안하다.

이렇게 교육적인 척, 인생을 다 아는 척, 올바른 인생의 길을 알고 있는 척 해서...

그러면서 너네들에게 입시라는 미로에서 헤어나오지 못 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서....

이 지면을 통해서 이렇게나마 속죄하고 싶은 심정이다.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앞으로는 진학에서 진로로 그 방향키를 서서히 움직여서 학생들에게 길을 개척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4. 나의 1cm 다이빙은?

1) 스마트폰보다 재미있는 것은?

- 만화책 읽기, 야구하기, 야구 경기 보기 (야구할 때는 모든 것을 잊게 된다.)


2) 30초 안에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노래는?

- NEXT 'Hope', '영원히', 서태지 'Free Style', DEUX(듀스) '굴레를 벗어나', 30 seconds to Mars 'Up in the Air', Prodigy 'Breathe', U2 'Pride', Freddie Mercury' & David Bowie 'Under Pressure', Mc Hammer 'It's all good'

(참 옛날 스럽다...)


3)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미뤄왔던 것은?

- 일본어, 스페인어, 독일어 배우기(이유는 딱히 없음, 영어가 질려서?)

- 은하영웅전설 읽기, 슬램덩크 다시 보기(학창 시절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 사진편집, 영상편집 등 배워보기

- 만화 그려보기(고등학교 땐 만화가가 꿈이었는데...)


4) 나만 아는 풍경

- 추자도 (상추자)에서 바라보는 '사자섬' 풍경, 이걸 바라보며 소주 한잔에 회를 먹으면 세상 끝이다! (단, 아주 가끔 봐야 한다. 안 본지 10년 됐다.)


5) 다시 되돌아가고 싶은 추억

- 웬만하면 과거는 다시 가고 싶지 않은데... 지금이 난 좋다. 하지만 굳이 돌아간다면 다시 고등학교 고3으로 돌아가고 싶다. 친구들과의 추억(물론 지금도 만나지만)을 다시 만끽하고 싶다. 그리고 공부도 제대로 하고 싶다. 특히 수학 공부를.....(아직도 수학 시험 보는 꿈을 꿀 정도로 트라우마가 남아 있는 듯 하다.)


6) 불행했던 과거

- 당시 맥락에서는 불행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지금 보면 어쩔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어머니가 큰 외삼촌한테 사기당하셔서 돈을 잃고 길거리에 힘없이 앉아 있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밟힌다. 난 철없던 고2였지만, 그때 좀 더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3으로 돌아가서 외삼촌과의 사업계획을 말렸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 지금보다도 좀 더 편안하게 사시겠지?)


7) 버리고 싶은 나의 한 가지

- 담배 폈던 습관을 제외하면 어느 것 하나 버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 모습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깐.


8) 삭제하고 싶은 이야기

- 글쎄, 뭐가 있을까? 중3 첫 단체 미팅 때 초등학교 여자 동창을 만나 얼굴 붉혔던 기억이 아직도 남는 것을 보니 이불 킥 사건이었나 보다.

- 고3교사 초창기에는 학생들에게 입시를 좀 안다고 입시 얘기만 계속 했었던 것 같다...그게 뭐라고... 대교협 상담강사한다고 울쭐댔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


9) 나만의 영화 추천

- 매트릭스 시리즈 (10번은 본 듯하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그 철학적 심오함은 지금도 어렵다.)

- 영웅본색 시리즈 (내 청춘의 절반이었다.)

10)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 차 안에서 소리지르기(이불 킥할 때)

- 음악 듣기

- 그리고 야구하기!!! (헬스장도 가끔 가지만...)


11) 꿈에 대한 나만의 생각

- 거창해야만 하는 것이 꿈일까? 잠자면서 꾸는 꿈은 대개 기억이 안 나는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 우리가 미래에 대해 가지는 꿈도 그렇지 않을까? 손에 잡힐 듯 점점 멀어지는 그런 것, 기억날 듯하면서도 아스라이 사라지는 그런 것. 하지만 그럴수록 더 기억하고 싶듯이, 집착하게 되는 그런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손 놓아도 잊어버려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굳이 원대할 필요 없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수 있게, 그 속에서 웃을 수 있게만 된다면 그걸로 꿈은 족하다.


12) 나만의 최소확행

- 웹툰 보기, 핸드폰 게임하기(요즘 안 한지 5개월은 넘은 듯)

- YES 24 책 쇼핑, 그리고 책이 전시되어 있는 나만의 서재를 바라보며 커피 마시기

- 프라모델 만들기(1년에 하나)

- 카페에서 산 지 얼마 안 된 맥북에어를 켜고 브런치에 글을 쓰는 순간!


13) 요즘따라 배워보고 싶은 것은?

- 날마다 피칭 연습을 머릿속에 그린다. (지금은 바빠서 야구 안 한지 석 달이 지난 상황이다.) 더욱 잘 던지고 싶다.

- 그리고 악기 하나는 배우고 싶다. 우쿨렐레나 기타나 드럼 같은 악기 하나는 배우고 싶다.


14)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것은?

- 만화 그리기(만화라기 보단 그냥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물론 연습을 많이 해야겠지만 그래도 한 때 꿈이 만화가였는데 그 꿈에 조금이나마 다가가고 싶은 마음인 것 같다.)

- 교육 관련 강사로 진로 진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활동하기(지금도 가끔씩 특강을 가곤 하니까 어느 정도는 이룬 것 같긴 하지만 좀 더 심화 발전시켜서 나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싶다.)


- 제2외국어 배워보기


- 세계 여행 하기(할 수 있을까, 이제는?) : 영어교사로서 미국, 영국 등은 다녀와야 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기회가 되면 더 많이 돌아보고 경험하고 싶다.


- 와이프와 둘 만의 캠핑 또는 아들들만 하고 캠핑하기- 차박 아니면 캠핑카로 돌아다니기(호주, 뉴질랜드 등)


- 10km 마라톤 달리기(아직은 5km만 해서 그런지 달리는 삶을 살고 싶다.....)


15) 여러분의 1cm 다이빙(자기만의 일탈과 행복)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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