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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영호 Sep 19. 2020

성장한다는 것은

때로는 버릴 것은 버려야 다시 채울 수가 있다.

1. 충만하다는 감정

어릴 적을 생각해보면 엄마, 아빠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까꿍'이라는 소리 하나만으로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시간이 흘러 어린이집을 다니거나 유치원에 다닐 때에도 친구들과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노래를 함께 부를 때면 목청 높게 부르며 '하하호호'웃었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그 설렘,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같이 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그 날 하루가 가득 찼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중학교에 들어가서 배워야 할 과목이 늘어나고 마주쳐야 할 선생님의 수도 늘어나면서 머리는 점점 복잡해지고,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오게 되면 그 빈 공간은 더욱 커지고 내가 채워야 할 것은 기껏해야 약간이기에 공허함은 더욱 커지게 된다. 


마침내 대학생 혹은 성인이 되어 마주치는 세계의 숫자는 관리가 안 될 정도로 많아진다. 가족, 친구, 동아리, 교수님, 선배 및 후배, 그리고 취업과 결혼...

채워야 할 세계가 커지고 많아질수록 어릴 적의 그 충만함을 다시는 느끼기 어려워진다.


결국, 충만함이라는 것은 그것을 채울 그릇이 커질수록 다시는 느끼기 어려운 감정이 되며,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우리가 성장해나갈수록 우리는 공허함과 무기력감이 쌓이게 되어 '나는 행복하지 않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2. 교육에서의 충만함

계획한 바를 실천해서 공부를 하다 보면 그날 하루 참 '보람찼다'라는 생각이 든다. 

왜? 계획이라는 그릇에 그 공부라는 내용만을 채우는 일이기 때문에 실천만 제대로 했다면 만족감과 심지어 행복감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고등학교 2학년 때 밤늦게까지 계획한 대로 독서실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업!!'된 적이 있었다. 


충만함!!  거부할 수 없는, 그리고 언제라도 다시 느끼고 싶은 삶의 감정이었다!!

그러나 교사로서 현재 학생들의 모습을 관찰해보면 그런 감정들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이젠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학업, 내신, 수능, 동아리, 비교과 활동, 친구, 가족, 선생님, 연인....


챙겨야 할 세계가 너무 많다.

아니 채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공부만 잘했더니, 동아리 활동에 신경을 못 써서 동아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친구들을 보고 밀려드는 공허함..


반대로 독서는 엄청 많이 해서 국어는 자신 있었는데, 학원 다니며 국어공부를 했더니 내신을 더 잘 보는 친구 때문에 생기는 묘한 질투심... 그리고 또다시 허무함...


선생님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을 위해서 열심히 한다고 밤늦게까지 자료 만들고 수업 준비를 하고 진학지도를 했으나 그러한 선생님의 노력은 아는지 모르는지 수업시간에 열심히 꿈나라를 헤매거나, 딴 과목을 공부하며 선생님 속을 후벼 파는 녀석들로 인해 생기는 선생님의 공허함...


분명 나 자신의 충만감을 느끼려고 했으나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이 빈 공간은 때로는 결국 교육에 대한 덧없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3. 결론

결국 간단히 말해서 충만함을 느끼려면 내가 가진 마음의 그릇을 작게 만들면 되는 걸까?

인간관계를 끊고 하고자 하는 일을 축소시키고 주어진 일에만 집중하면 충만함을 쉽게 얻을 수 있을까?


불교에서는 말한다.

이 세상은 고정되지 않은 채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이며 너와 나의 만남도 순간의 찰나에서만 의미가 있고 그 순간이 지나면 덧없게 된다는 것이라고.

즉, 붙잡으려 한다면 그 미꾸라지 같은 것의 힘에 의해 붙잡고 있는 주체만 힘들고 그 객체는 더 아등바등 몸서리치며 빠져나가려만 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놓아야 한다.

아니 놓아주어야만 한다.


세상의 고통, 슬픔, 아픔을 내 몸에 새기며 기억하려고 움켜쥐지 말고 때로는 흘러가게끔 놓아주어야 한다.


자꾸 무언가를 채우려고 하면 내 마음만... 말 그대로 터진다.


다시 말하지만 모든 건 특정 맥락 속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 맥락을 벗어나면, 그 환경만 벗어나면 다시 덧없게 되는 것은 당연한 마음이다.


지금 학교에서의 고난과 고통도 학교를 벗어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거꾸로 친구 앞에서 모의고사 점수 잘 나온다고 자랑하는 것도 실전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는 그 자체만으로는 큰 도움이 안 된다. 그러니 점수 잘 나온다고 공부 못하는 친구 놀리는 것도 학교 밖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선생님들도 지금의 학교에서의 허무함도 가족들 앞에선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 아니 바꿔야 한다. 그래야 다시 충만함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어쨌든......


자꾸 뭔가를 채우면서 충만함을 느끼려고 하기에는 우리는 이미 많이 자라 버렸다. 


때로는 흘러가게 놔두자. 이 아픈 마음들, 고통스러운 마음들, 슬픈 마음들... 그냥 담아두지 말고 흘러가게 놔두자. 행복감도 금방 순간순간 변하는 감정이기에 영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알고 다음의 감정을 대비하자. 그래야 또 다른 설렘이 내 마음속에 들어올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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