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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환 Apr 26. 2016

차별과 감정적으로 대하기

인간 대 인간의 만남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차별하지말고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라! 진짜로?


  주로 선배교사들이 후배교사들에게 교직생활의 노하우를 전수해줄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이 있다.


"아이들을 차별하지 말라!"
"아이들을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라!"


  연수를 가거나, 선배교사들과 차를 마시거나 술을 마실 때에도 주로 듣던 말들이다. 그리 어려운 말들이 아니지만 풀이를 해보자면


"아이들을 차별하지 말라!"

→ 교사가 특정 아이만 예뻐하고 다른 아이들을 소외시키거나 부당한 대우를 하지말라.


"아이들을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라!"

→ 현재 교사의 감정상태에 따라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 혹은 교사 자신이 어떤 일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를 애꿎은 학생들에게 해소하지 말라.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위의 말들을 선배교사들로부터 들었을 때 어쩐지 기계적으로 흔히 요즘 의식있는 교사들은 이정도의 말들을 해야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좀 더 거칠게 말하자면 '참교사인척!', '교양있는 교사인척!' 한다고 할까? 왜냐하면 그들이 말하는 아이들은 하나하나의 상태를 고려하기보다 대충 일반화해서 말하는 것으로 보였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어요."

"이 지역 아이들은 수준이 낮아요."

"X학년 Z반 아이들은 상태가 안좋아요."


  위의 말들에서 언급된 아이들은 도대체 누구를 가리키는 걸까? 요즘 아이들은 누군가? 이 지역 아이들은? 이런 식의 표현들은 각자가 지닌 고유성 따위엔 아무런 관심도 없고, 대상을 그저 판단하는 사람들 편의에 맞춰서 마구잡이로 결론을 내리는 것들이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이런 잣대는 걷어치우고 교사는 아이들(학생)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관계로 만나야 하는걸까? 


"나는 교사고 너는 학생이야."


하며 각자가 맡은 역할만 부각시킬까? 아니면,


"얘들아 나는 비록 교사지만 친한 형, 오빠, 언니, 누나, 삼촌, 이모처럼 생각하고 다가오렴!"


이럴까? 그저 사람 좋다는 소리 듣고 싶어서?


  내가 볼 땐 두 입장 모두 큰 착각을 하고 있다. 첫번째는 그저 사회적으로 주어진 역할에만 집중하는 '영혼없는 직업인'일뿐이다. 두번째는 자신이 맡은 사회적 역할인 '교사'가 갖추어야 할 공적인 입장을 잊어버리고, 그저 '나는 당신에게 따뜻한 사람이고 싶어요.'라고 완전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하고 감정적으로 대하기

  

  한 쪽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두 입장 모두의 장점을 같이 지니고 있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한 손엔 칼, 한손엔 방패를 지녀서 안정적인 공격과 수비를 취하기 위해 내가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대할 때 주로 예를 드는 것이 바로 아래의 말들이다.


"저는 모든 아이들을 차별합니다!"


  학년초 처음만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이 얘기를 꺼내면 대체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나와 그들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살짝 만들어진다. 그래서 바로 다음과 같은 설명을 이어서 한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저는 모든 아이들을 차별합니다. 아마 이 때까지 정확히 반대로 들어보셨을 겁니다. 아이들을 차별하지 말라고. 그러나 저는 모든 아이들을 차별합니다. 간단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지금 우리반에는 같은 년도에 태어나 같은 학년을 배정받은 X학년 Z반 아이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앞으로 X학년 Z반 아이들이라고 불리겠죠. 그렇지만 우리반 아이들 하나하나를 살펴봅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다 다릅니다. 어떤 아이들은 적극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제가 다가가지 않아도 저한테 들이댑니다. 또 어떤 아이는 말 한마디 꺼내기가 두려워서 자기 자리 주변에서 떠날 줄 모릅니다. 충고나 조언을 할 때 직접적인 표현을 해야만 이해가 되는 아이들도 있고 부드럽게 돌려서 이야기해야 상처받지 않고 전하고자 하는 뜻을 잘 받아들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은 저마다 다양하고 고유한 성질을 지니고 있는데 제가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접근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런걸 차별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차별하지 않고서 그저 X학년 Z반인 우리 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방법으로 대한다면 오히려 이게 더 폭력적이지 않은가요?"


일단 무슨 말인지 감이 온다는 표정이 보인다. 이어서 다음말을 한다.


"저는 아이들을 감정적으로 대합니다!"


  이 말을 꺼내면 좀 전과 설명에서 들었던 고정관념에 대한 반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충격은 덜 받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해가 안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그래서 다시 아래와 같이 설명을 곁들인다.


"우리가 언제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상대방의 말이 자신의 마음에 와 닿는 순간이 언제인지 아십니까? 상대방에게 나의 마음이 열려 있을 때입니다. 반대로 내가 전하고자 하는 마음과 의도가 상대방에게 전해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상대방이 나에게 마음을 열어야하겠지요. 그래서 저는 상대방의 마음이 나에게 열리길 간절히 바라면서 매 순간 감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합니다. 그저 흥분해서 자신에게 있는 기분 나쁜 감정을 상대방에게 쏟아내는 '감정적'이라는 행동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아이들과 지내면서 기쁘고 좋은 일에는 기쁨과 환희를 드러내며 표현하고, 정의롭지 못하고 나쁜 일에는 분노와 실망의 표현을 드러냅니다. 제 경험상 아이들을 대할 때 '~~하는 척'하기보다 그 순간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이들과 저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주고, 아이들이 저에게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명 문제아라고 불리는 친구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 정도로 말씀드리면 내가 교실에서 행하는 '차별하기와 감정적(마음)으로 대하기'를 대부분 이해 및 공감 해주신다. 설명이 너무 길어지면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이제 마무리를 던질 때다.


"앞으로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한명 한명 각자의 개성을 세심하게 살펴서 각자에게 맞도록 열심히 차별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와 아이들이 서로 마음을 열고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감정에 충실하겠습니다.
저와 아이들이 서로 존중하는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는 학교생활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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