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정신분석협회
2021년 9월부터 뉴욕 정신분석 협회에서 진행하는 정신분석 심리치료 트레이닝 과정을 온라인으로 이수하고 있다. 꼬박 12시간 시차가 나는 뉴욕에 계신 교수진, 한국에 계신 여러 상담사, 임상 심리사, 정신과 의사 선생님, 그리고 싱가포르에 있는 내가 모여 있는 수업이다. 각자의 전문 분야와 강점이 다르기 때문에 배움과 열기가 가득한 그런 강의+토론 수업이다.
일주일에 1번 이긴 하지만, 2년 동안 꼬박 매주 밤 9-12시까지 공부를 한다고 생각해 보라. 사실 쉽지 않다. 아이들 하교 후에 간식 주고, 놀아주고, 밥 먹이고, 샤워시키고, 잠 잘 준비 후 남편에게 토스! 그 뒤 수업이 시작된다. 사실 졸려서 눈을 비비며 들었던 날도 많다. 화면 너머로 꾸벅꾸벅 졸기도 하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기도 한다.
하지만 함께 지성을 모으니 '아하' 하는 배움의 순간이 늘고, 지식이 날로 늘어가는 기쁨에 재미있게 수업을 듣고 있다. 무엇보다도 내가 현재 만나고 있는 내담자들을 치료하는데 가장 도움이 된다. 치료사라는 직업은 꽤 외로운 직업인데,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으니 든든하고 위안이 된다.
수업 중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일을 하다가 정말 소진되고 내가 이 일을 왜 하는가 생각이 들 때, 다른 선생님들은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각자만의 팁들이 있으신가요?”
심리치료라는 것은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지만, 분석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를 항상 지키고 내담자의 심리상태를 굉장히 예민하고 세밀하게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관계와는 결이 다른 만남이다. 그래서 더 외롭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모두가 웃음으로 공감하던 그 질문에 뉴욕에서 정신분석가로 수십 년간 일하고 계신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1. 힘든 과정 또한 치료자로서 성장해 가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
2. 치료가 힘든 일임을 알아야 하고, 본인에게 너그러워야 한다.
3. 취미를 가져라. 좁은 사무실에만 앉아 있지 말고, 넓은 곳으로 나가서 맑은 하늘을 보고 뛰고 걸으면서 나를 돌보아야 한다.
4. 일, 나 스스로와의 관계, 파트너 및 가족과의 관계 밸런스를 잘 맞춰라.
5. 사랑과 자유. 당신에게 필요한 것을 꼭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그것은 일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스스로에게 필요한 needs를 잘 보살펴야 한다.
아주 심플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굉장히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이 교수님은 평일에는 뉴욕 사무실에 근엄하게 앉아서 정신분석가로서 치료를 하지만, 휴일이 되면 드넓은 목장으로 가서 양치기를 한다고 한다. 막힐 것 없는 넓은 들판에서 양들과 함께하고 있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뻥 뚫리고 웃음이 난다.
5가지 방법들을 잘 보면 단지 치료사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모든 직업군의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꿀팁이다. 1번부터 5번까지 뭐 하나 덜 중요한 것이 없다. 이 5가지를 꼭 기억하면서, 어느 일을 하고 있던지 이 과정 또한 발전해 가는 길임을 알아차리고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주말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