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구찌가 가장 제 스타일이에요. 다음에 돈 많이 벌면 구찌 옷 한 벌은 꼭 사 입어 보고 싶어요."
우스갯소리로 지나가며 가볍게 한 말이었는데, 이 말을 기억했다가 생일이라고 구찌 립스틱을 선물해 준 것이다. 거기에 손으로 직접 쓴 편지까지.
난 화려한 구찌의 디자인과 색감을 참 좋아한다. 비슷하게는 베르사체 스타일도 좋다. 브랜드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이지, 실제로 소유한 것은 없다. 명품을 사서 입고 매고 할 만한 능력은 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내가 더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에 돈을 쓰는 편이다.
월요일 휴무에 맞춰 싱가포르에서 같은 업종의 사업을 하고 있는 동료를 만나고 왔다. 지인의 소개로 몇 년 전 알게 되었는데, 같은 학교 동문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 통하는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시작할 무렵부터 서로 사업 전반에 걸쳐 이것저것 의논을 함께 하기도 했다. 의욕이 저하되면 함께 만나 다독이기도 하고, 잘하고 있다고 잘해보자고 으쌰으쌰 하곤 한다.
사업하면서 외국인으로서 겪는 고충과, 새로 바뀐 법들, 앞으로 꾸려나갈 일들에 대해서 서로 아는 정보들을 주고받고 하는 만남이었다. 사업 이야기 외에도 가족이야기, 자식이야기, 남편이야기 등, 아줌마들의 이야기 주제는 다양하다. 선물을 전혀 기대치 않았고, 상대방도 최근 생일이라 서로 축하한다 메시지만 보냈던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예기치 않은 선물을 받으니 놀랍고도 기뻤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지만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구찌라니. 구찌의 화려한 스타일이 담긴 예쁜 립스틱 케이스도 컬러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Love is better!
하지만 그보다 더 내 마음을 감동시킨 것은 나의 말을 듣고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냥 가볍게 흘려들을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잊지 않고 기억한 것.
생일이라고 선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은 일.
시간을 내서 선물 쇼핑을 한 일.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쓴 카드.
그녀의 이 모든 귀한 마음이 나에게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마음에 사랑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 상대방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것 같다. 내 마음에 사랑이 찰랑 거릴 때야 말로 타인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말이다. 마음에 사랑이 넉넉하다는 것은 물질적으로 여유롭다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물질적으로 여유로워도 내 마음에 사랑이 없으면 타인에게 관심을 쏟는 것은 사치가 될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