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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운동 갑니다

운동의 필요성

by 성숙한 영미샘

2008년 나왔던 [금발이 너무해, Legally Blonde]에서 주인공 엘 우즈(리즈 위더스푼)는 로펌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해 극 중 유명한 피트니스 강사 브룩 윈덤(알리 라터)의 변호인단에 들어가게 됩니다. 브룩은 엘의 델타 누 여성 클럽 선배로 남편을 살해한 혐의의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엘과 함께 변호를 맡은 변호인단은 브룩이 남편의 재산을 노리고 살해를 했다고 잠정적으로 인정을 하고 이야기를 이어 나가지만 엘은 그 상황을 믿지 않고 이렇게 말합니다 ‘운동을 하면 엔도르핀이 나와요. 엔도르핀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죠. 행복하면 그런 짓은 하지 않아요’. 이 말이 100% 맞다고 확신할 수는 없겠지만, 운동을 하면 엔도르핀이 나오고 엔도르핀은 기분을 좋게 하기 때문에 살인을 할 만큼의 분노를 지니고 있기가 힘들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금발이 너무해 포스터

우리의 뇌는 신체와 감정이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생존의 기본 원리이기 때문이죠. 뇌는 신체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신체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신체 상태가 뇌가 예측한 상태와 일치하는지 아닌지 끊임없이 확인하는데, 우리 신체 상태가 뇌가 예측한 것과 다를 경우 알람 신호를 보내는데, 그 신호가 바로 감정입니다.


감정의 기능은 신체 항상성의 불균형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 우리 뇌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심장박동 수가 빨라지면서 손에 땀이 나고 초조해진다면 우리는 ‘아 내가 불안하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뇌는 빨라진 심박수를 감지해서 심박수를 안정시키는 신체 활동이 일어나면서 항상성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우리 몸의 환경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는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누어집니다. 교감신경은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고, 부교감신경은 휴식을 취하거나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될 때는 자연스럽게 부교감신경 작용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죠.


현대인들이 피해 갈 수 없는 스트레스는 신체가 공격으로 받아들이면서 교감신경을 자극하게 됩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소화도 안되고, 변비에 걸리거나 설사를 하게 되거나, 잠을 잘 못 자게 되는 등 다양한 신체반응이 나타나게 됩니다. 즉 스트레스를 받음으로써 교감신경계에 불이 켜지면서 몸이 생존을 위해 도망가기 쉬운 상태로 만들어지다 보니 항상 몸에 긴장이 쌓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발해지면 불안하고 초조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고,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며 늘 긴장하고 예민한 상태가 됩니다. 또한 화가 자주 나거나 신경질 혹은 짜증이 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감정적 증상은 속이 더부룩한 소화장애로 나타나거나 수면장애, 피로감, 두통, 가슴 두근거림, 과 호흡 등의 신체증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우울증을 비롯한 다양한 신경증적 증상들 또한 같은 메커니즘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우울증의 경우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 기능 모두가 저하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스트레스가 우리의 삶에 나쁜 영향만 미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한 불편한 정서도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분노는 상황을 바로잡기도 하고, 수치심은 상대방에게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게 하고, 불안은 수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강력한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강렬한 감정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격렬한 감정을 잘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부적 정서가 생길 때에는 그 감정을 인지하고 적절한 해소를 하는 것이 심리, 신체 건강에 좋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당한 스트레스는 자가치유를 통해 신체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감정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 게임, 숫자 세기, 운동, 음주, 쇼핑, 먹기, 자기, 음악 듣기, 산책 등의 행동을 합니다.


운동이 스트레스 해소와 우울감 극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많은 연구를 통해서 이미 그 상관관계가 잘 밝혀져 있습니다. 굳이 학문적인 연구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많은 분들이 운동 후 산뜻함, 행복감, 성취감 등 긍정적인 감정을 경험해 봐서 잘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강도와 시간을 떠나서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에 대항하기 위해 항스트레스 호르몬인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켜 뇌에서 오는 고통 신호를 차단하게 됩니다. 더불어 감정, 식욕, 수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행복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도 나오게 되죠.


운동뿐만 아니라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명상 또한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주고 부교감신경을 끌어올림으로써 몸을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 주는데 효과가 뛰어납니다. 이렇듯 명상 혹은 운동을 통해서 몸을 편안하게 하고 행복한 호르몬들이 나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불안과 우울한 마음은 치유가 되어 사라지게 됩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마음이 깃든다’는 고대 로마인들의 말처럼 일상생활을 하면서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시기 적절히 잘 처리하기 위해서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 것이 신체건강과 정신건강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다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신체와 심리건강의 연관성 1편 신체와 심리건강의 연관성 1편



*싱가포르 교민잡지 Korean world 2022년 7월호에 '신체와 심리건강의 연관성- 운동의 필요성' 제목으로 기고된 글입니다. - 나누어 올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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