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사장되기 1편
여보, 나 1년만 쉬고 싶어.
남편이 일 년간 일을 쉬고 싶다고 했다. 속으로는 철렁했지만, 식구가 더 늘어나면 그럴 수도 없을 것 같아 알겠다고 했다. 결혼과 함께 시작한 나의 대학원 생활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남편이었기에 남편이 원하는 것을 하겠다 했을 때 반대할 수가 없었다. 또한 해외로 나가서 생활을 하고 오자는 계획이 있었기에 다시 일하러 가기 전에 좀 쉬어도 되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결론만 보자면 그 1년 중에 6개월도 다 못 채우고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고, 중간에는 싱가포르행이 결정되어 일을 쉬겠다고 선포한 지 9개월 만에 싱가포르로 이사 오게 되었다.
남편은 태국에서 열리는 Job fair에 참석하기 위해 이력서를 준비하고, 나는 옆에서 그 이력서를 클리어파일에 정성껏 담아 약 20개가량 준비했다. 많은 회사들이 참석하여 3박 4일 정도의 시간 동안 여러 날에 걸쳐 인터뷰를 보면서 현장에서 바로 최종오퍼를 내리는 그런 박람회였다.
당시 나는 학회지에 논문 투고를 위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던 터라 함께 가지 못하고 서울에 남아 있던 어느 날이었다.
“싱가포르에 일자리 제안이 들어왔는데 우리 싱가포르 가는 거 괜찮아? 너만 괜찮으면 나 여기서 바로 Yes라고 이야기할 거야. 회사에서는 나를 원해. 거기다 내가 지금 일을 쉬고 있다고 하니, 육아휴직을 갈 직원을 대체해서 서류 작업이 끝나면 바로 일을 시작했으면 해”
일 년을 쉬겠다 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을 하며, 원래 계획은 2-3년 경험 쌓고 돌아오는 것이었지만, "우리 10년은 족히 있겠는 걸?"이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왔다. 한국생활을 접고 외국에서 경력을 좀 더 쌓고 다시 한국으로 들어오자고 상의를 오랜 시간동안 해왔던 터라 놀람은 없었다. 다만 막연히 해외라고 말하며 어디든 잡 오퍼가 나오면 가겠노라 생각하고 있었다.
남편은 Job fair에서 돌아와 우리의 작은 신혼 보금자리에서 전공서적 두께의 계약서와 비자 관련된 서류를 준비해 나가면서 싱가포르로 가서 우리가 살게 될 집도 구하고 왔다. 그렇게 남편은 나보다 한 달 먼저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해외살이를 결정하기 몇 년 전, 나는 내 인생에 있어 가장 큰 결정 두 가지를 동시에 하게 되었다.
공항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커리어를 완전히 바꿔 대학원을 진학하는 일,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하게 된 일,
커리어를 완전히 바꾸게 되면서 대학원을 진학해서 졸업을 하자마자 싱가포르행이 결정된 것이었다. 해외살이는 내 커리어 계획에 없었기 때문에 전공교수님께 상담사 자격증은 포기하고 졸업만 하고 싱가포르로 가겠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교수님.. 저 싱가포르로 이사가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 임신했어요. 그래서 저 자격증은 그냥 포기하고 졸업만 하고 가서 아기 키우며 살려고요.
To be contine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