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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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형성은 아주 어린 유아 초기부터 시작이 됩니다. 처음 태어난 아기는 ‘나’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부모의 시선을 통해 ‘나’의 개념을 만들어 가게 됩니다. 나를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에 사랑과 웃음이 넘치고, 실수해도 괜찮다고 다독여 주며,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주는 태도는 아이들이 건강한 자존감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의 밑거름이 됩니다.
즉, 양육자의 조건 없는 사랑과 믿음의 모습을 자신의 내적 모델로 삼게 되는 것이죠. 그럴 때 아이들은 의기양양하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발달된 자존감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자존감이 발달되기 위해서는 애착형성이 선행됩니다. 아이 입장에서 부모의 반응이 예측 가능하고, 일관적이고, 애정이 깊고 신뢰할 만하다면, 자상하고 사랑이 가득한 부모의 상이 아이의 내적 작동 모델로 자리 잡게 됩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아이 내면에 형성된 내적 모델은 아이가 만나는 대인관계에서도 비슷하게 작동하게 됩니다. 양육자를 통하여 신뢰로운 사랑을 경험했다면,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관계를 해 나갈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불안정 애착의 경우 세상을 위험한 장소로 지각하고, 타인은 신뢰롭지 못하고, 나는 사랑받을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는 내적 작동 모델을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초기 6년 동안 만들어진 내적 작동 모델은 무의식 안에서 오래 지속되고 한 개인의 일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양육자와의 관계를 통해 아이들은 내가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되고, 이것이 안정 애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아이의 발달에 가장 중요한 ‘나 괜찮은 사람’이라는 긍정적 감각을 새기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로 자라게 됩니다.
타인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 사랑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건강한 관계가 가능해집니다. 나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 바로 섰을 때, 타인이 나에 대한 태도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됩니다.
반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상대방의 사랑도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게 되니까요.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한다면 공허한 마음을 타인으로부터 채우려고 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혹은 관계를 포기하고 철수해 버리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사랑을 주는 것보다는 받는 것에만 몰두하게 되고, 관계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관계를 포기하게 되면 그 고통은 다른 방향으로 문제가 드러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의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인정받는 소수의 몇 사람이 필요합니다. 관계를 맺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우리 인간에게 타인으로 지내온 사람과 만나 두 사람의 경계를 허물고 함께 하는 경험은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개인에게 진정한 행복감을 주기도 합니다. 사랑이 없는 삶은 죽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사랑을 배우기 위해서는 심리 혹은 사랑에 관한 이론을 배워보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그것과 더불어 사랑을 경험해 보면서 실제 관계 안에서 배우고 성숙해 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전의 사랑에서 좋은 점은 잘 유지하고, 어려웠던 점은 이유를 잘 탐색해서 그것을 보완해 나가며 새로운 사랑에 적용하고 맞춰 가는 것이 성숙해 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자존감이나 자기 효능감이 이미 형성된 성인들은 어떻게 그것을 수정할 수 있으며, 자존감을 다시 재 발달시켜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건강한 관계를 해 나갈 수 있을지 다음글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본 글은 싱가포르 교민잡지 코리안 월드 2023년 4월호에 기고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