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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영석 Nov 17. 2019

광복

빛을 되찾는 것

티브이를 시청하던 중에 어느 프로그램에서 광복절을 맞아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의 피해자이신 어르신을 찾아뵈어 이야기를 듣고 마지막으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는지 여쭤보는 장면이 있었다.


 어르신은 역사를 생각하는 어른이 없는데 무슨 자격으로 젊은이들에게 말을 전하겠냐고 그저 어른들 닮지 말고 정도를 가라고 말씀하셨고, 어르신의 말씀에서 부끄러움을 느꼈다. 오래전에 한국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자격증만큼이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를 지금에 와서 반문하면 자신이 없는 나는 바른길을 가라고 조언을 듣던 젊은이에서 역사를 잊어가는 부끄러운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광복절 다음 날인 오늘 서대문 형무소를 찾았다. 그곳에서 연로한 어르신 두 분과 젊은 연인, 어머니와 딸 그리고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부와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역사관 내부를 걸었다.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수많은 희생을 마주하며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다시 걸었다를 반복하였다. 마지막에는 가장 뒤에 남아 근처에 있는 서대문 구립 도서관을 찾았다. 이 도서관은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아버지가 책을 좋아하던 딸을 위해 건립하여 기증한 도서관이다.


나라의 슬픔과 개인의 슬픔을 마주하며 다시 씀으로써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사라지고 있어 사라져선 안 될 세계를 위하여. 글이 쉽게 쓰이고 쉽게 지워질지라도 나의 부족한 언어가 나의 등불이 될 수 있는 것은 그것들이 내 안에서 사라지기 전에 다시 그것들을 밝히려 애쓰는 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족하여 낙담할 수 있겠지만 낙담하여 다시 이어갈 수 있고 


사라진 얼굴이 잊히지 않을 수 있는 건 

잊지 않으려 하는 마음이 다시 얼굴을 밝게 비추기 때문일 것이다.


광복. 빛을 되찾는 것.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려는 우리의 마음과 개인의 역사를 기억하려는 개인의 마음 모두 우리 안의 마음을 밝히는 일에서부터 태어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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