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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영석 Nov 17. 2019

삶과 열정 사이에서

열정이 열망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까. 


예전의 나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높은 파도를 타는 것에 내 모든 시간을 쏟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육지에 두고 나는 바다에 뛰어올라 파도를 타며 높은 파도에 몸을 맡기며 나는 어디로 가려했던 걸까. 높은 파도를 즐기며 육지로부터 점점 더 멀어진 내가 거센 파도를 만나 난파되었을 때 나를 구한 것은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사람이 쓴 글이었다. 깊이 가라앉던 나의 목덜미를 잡고 건져 올려준 문장들이 죄책감에 허우적대던 나를 위로했다. 


우리는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파도를 만날까. 어떤 파도는 나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지도 모르고, 어떤 파도는 나를 부숴버릴지도 모르며, 어떤 파도로 인하여 나는 육지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것. 

난파된 채로 바다를 떠다니던 그 순간에도 삶은 계속되었고 지금도 계속된다. 


그러한 삶 속에서 열정은 나를 성장시켰고 무너트렸으며 다시 나를 일으켰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것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것이었다. 언제든 나를 떠날 수 있었고 나와 함께일 수 있었다. 열정이 나를 산산이 부서트려도 나의 삶이 철저히 파괴되는 것은 아니었고, 열정이 잠시 나를 떠났을 때도 나의 삶은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열정이 다시 나를 찾아왔을 때 나는 다시 반갑게 맞이할 수 있었다. 삶과 열정은 나와 함께 가는 것들이며, 그것들이 적절히 분리될 수 있을 때 나는 자유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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