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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영석 Nov 17. 2019

고향 집

'건강한 삶' 을 위하여

고향집에 내려오면 나는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안해진다. 

집. 나를 세상으로 초대해 세상을 보여주고 세상으로 혼자 걸어 나가게 하기 위해 나를 길러준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곳. 오늘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등을 조용히 바라보며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저녁을 먹고 난 후 내가 태어나 나를 처음 마주하였을 때 어머니와 아버지는 기분이 어땠는지를 물었다. 


“뭘 그런 걸 물어? 아이고 우리 아들이 별 게 다 궁금하네”

“아이 엄니도 참. 그냥 묻는 거예요 궁금해서.”

(아버지는 조용히 자리를 옮기셨다)

“어디 가요 아부지!”

“아이구 야 맞다 내 마당에 전구 갈아야 하는데 깜빡했네”


“많이 울었지.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나서 인큐베이터에 있는 니가 걱정돼서 너희 아버지는 퇴근하면 매일 음료수든 과자든 사 들고 병원에 찾아가 간호사들에게 잘 봐달라고 부탁했어. 니가 엄마랑 아빠랑 이 세상을 조금 더 빨리 보고 싶었나 보다 생각했지. 많이 울고 걱정도 많았지만 좋고 감사했어”


자라며 내가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고 방황했다. 불과 몇 년 전의 나는 조금 더 성공한 사람이 되어 부모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로 올라와 유명한 디자이너 사무실에 들어가 일도 해봤고, 해외에서 유명하다는 디자인 학교에 들어가 공부도 해봤다. 그런 곳에서 일하고 공부하면 나도 성공한 삶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께서 항상 나에게 하셨던 말은 “공부 열심히 해서 성공한 사람이 되어라.”였다. 작은누나를 떠나보내고 아버지는 나에게 “언제나 건강해라. 그게 성공한 삶이야.”라고 말씀하신다. 근래에 내 안에서 분명 해지는 것들이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지 않더라도 이미 나는 축복이고 감사한 존재라는 것. 이제는 어떤 사람이 아닌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고민한다. 이 세상에 나라는 존재로 초대받아 도착한 나는 언젠가 햇빛에 눈이 부셨고 비를 맞았고 풀냄새를 맡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아름답다 이야기할 수 있었다. 


건강한 삶. 그것만이 이 소중한 시간으로부터 앞으로도 나를 변함없이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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