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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영석 Nov 17. 2019

사진을 보다가

알게 된 것들

오래된 사진첩을 들여보다 문득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독 한 사람의 사진이 적다는 것. 


아버지와 나 그리고 누나들의 사진은 사진첩에 가득 차 있지만 그런 우리를 담아주던 어머니의 사진은 거기에 몇 장 안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다. 


미소 짓게 하고 눈물을 머금게도 하는 사진첩이 누군가의 사랑으로 한 장 한 장 채워졌다는 사실을 알아가는 나이가 되어 간다. 빠르게 지나쳤던 시간들이 느린 화면으로 돌아오면 나는 그 안에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까지 장면은 흐르는 시간에 불과하고 우리는 셔터를 누르며 그 안에 마음을 담는다. 대상에 대한 마음 없이 찍히는 사진은 존재할 수 없다. 


그리하여 사진은 다시 말해 마음. 

그리하여 사진은 다시 말해 사랑. 

한 장 한 장의 나의 과거에는 누군가의 사랑이 담겨있다. 


나는 사랑을 바라본다. 사랑이 나를 바라본다. 

우리는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 속에 존재한다. 


우리가 사라져도 계속되는 것. 

영원히 바래가도 다시 영원히 빛나는 것. 

우리는 그러한 사랑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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