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옆 선반에서 물건을 꺼내려, 앞을 지나가다 발바닥에서 통증을 느낍니다. 아-하는 짧은 신음과 함께, 통증을 살펴보니, 작은 나무 조각이 발에 찔려 있네요. 생각보다 깊게 박혔는지, 조각을 빼자 피가 한두 방울씩 솟아납니다.
화장지를 끊어 발에 꾹 대고선, 거실 의자로 와 지혈되기를 기다립니다.
'오래된 집은 이게 문제야.'
아마 이 집은 30년도 더 되었을 거예요. 제가 태어나기 전에 지어진 집이 아닐까.... 정확한 연도는 모른 채, 오래된 집을 하나씩 하나씩 고쳐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마, 오래돼서 비틀어져버린 화장실 문 어딘가에서 나무조각이 떨어져 나온 모양이에요. 그나마 강아지가 찔리지 않고, 내가 다쳐서 다행이다 생각을 하였습니다.
오래된 집에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신경 쓸 일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때로는 집에 물이 차기도 하고, 하수구 구멍들은 다 막아야 해요. 씻거나 청소를 할 때엔 덮개를 빼고, 물기가 다 마르면 다시 덮고. 문이나 시멘트가 갈라진 틈새를 하나하나 막기도 하면서.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물이 새는 곳을 찾아 메워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하나씩 고쳐가며 나에게 맞춰가며 살아갑니다. 나와 함께 늙어간 집이 아닌, 늙은 집을 나와 발맞춰 걷게 만든다는 것은 힘들지만, 오래되었다는 것이 주는 편안함이 있기도 하지요.
집에서만 입는 오래된 티셔츠와 바지가 있어요. 늘어날 대로 늘어나, 밖에서는 입을 수 없는 옷이지만. 오래된 만큼 편안해서 제일 좋아하는 옷이에요. 이 옷은 저와 함께 낡아가는 옷입니다. 하루하루 해지는 옷은 나와 함께 보낸 시간이자, 내가 이 옷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 되겠지요. 그래서 때로는 아쉽습니다. 이 옷과의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때때로 가족들이 옷을 보며, 아직도 이 옷을 입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옷이 좋은걸요. 오랜 시간을 함께 하였기에, 더 정이 갈 수밖에 없나 봅니다.
오래된 것은 좋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를 아프게도 합니다. 이별을 가늠하게 되기에 아픈 것일 수도 있어요. 혹은 익숙해져서, 내가 신경 쓰지 못한 것들이 나를 찌르기도 하지요.
오래 키운 우리 아가, 그리고 오래된 친구들. 누군가와의 이별을 떠올리며, 그리고 신경 쓰지 못한 것들에서 오는 상처들을 받아들이며. 저는 오래된 것들을 품에 꼭 안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가 봐요. 새로운 것보다는 오래된 것이, 낯선 두근거림보다는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 이제는 더 좋다고 느껴집니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불안정하다 해도 지금 한 순간의 안정감을.
때로는 나를 아프게 할지라도,
때로는 새롭고 좋은 것에 눈길이 갈지라도.
오래된 것이 때론 나를 아프게 할지라도.
현재에 만족하며 하나씩 안고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