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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 포기하고, 그냥 친구랑 놀아.

노는 게 싫으면 그냥 공부하자.

by 연하일휘

"엄마 아빠랑 연락할 수 있잖아요!"


여러 대답들마다 작은 설렘들이 배어 있다.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 대답을 하는 얼굴에는 이미 미소가 만연하다.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것을 검색할 수도 있고, 영어 단어를 외울 때 도움도 되고,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 사진을 보며 힐링을 하니 공부가 더 잘 될 것 같다는 등. 여러 답변들 중에서 '보고 싶은 엄마, 아빠랑 더 자주 연락할 수 있잖아요.'를 듣고 나서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생각지도 못한 귀여움 덕분이다.


핸드폰과의 거리 두기를 이야기할 적이면, 몇몇 아이들은 불만이 가득하다. 주머니에 담아두면 되는데, 혹은 벨소리만 끄면 되는데. 굳이 자기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어야 할 필요가 있냐며 입을 삐죽 내민다. 우리는 도파민의 노예라서, 핸드폰이 손 닿는 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뇌는 핸드폰으로 온 신경을 향할 수밖에 없대- 여러 책이나 영상 등을 통해서 보았던 얄팍한 지식들로 아이들을 설득한다. 하지만 결국 '공부하러 온 곳이니까 공부의 효율을 높이자.'라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쌤은 학교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반대의 의견을 제시한다. 새로 친구를 사귀고, 관계를 유지하고, 대화를 나누며 웃고 떠드는 시간이 많기를 바란다. 때론 싸우며 화해도 하고, 혹은 절교를 하게 될지언정 그 모든 시간들을 온전히 누리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야기한다.


"너희가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그 시간들조차도 성장이야. '사회성'이라는, 경험을 통해서만 기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시간이 되는 거야."


만약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 쉬는 시간에 핸드폰 화면만 바라보는 아이들의 수가 많을까, 적을까? 그저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시간만으로도 '사회성'이라는 소중한 능력을 기를 수 있는데, 그 시간이 작은 화면으로 허비되는 것이 아깝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물론 반박하는 의견들도 다수 제기된다.


"저는 핸드폰 하면서도 친구랑 수다도 잘 떠는데요?"


"사람은 본래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한 존재란다."


나는 내 머리가 나쁜 줄 알았었다. 어린 시절부터 남자는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지만, 여자는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나는 멀티태스킹이 되질 않는다. 그런데 사실 사람의 뇌가 멀티태스킹이 본래 불가능하다는, 그리고 멀티태스킹을 시도할수록 뇌의 노화가 가속된다는 기사를 읽고 나서 조금은 기뻤었다. 내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원래 그런 거였네.


여전히 툴툴거리는 아이들에게는 공부하라는 말은 하지 않을 테니, 친구들과 실컷 뛰어놀라는 말을 해 준다. 한 아이가 눈을 반짝인다.


"저는 MBTI가 대문자 E라서, 주말에 집에만 있는 거 못 참아요."


친구와 노는 것이 가장 좋다는, 친구를 만나지 못하면 엄마를 따라 등산이라도 간다는 그 아이는 내가 해 준 이야기가 꽤 만족스러운 듯하다. 하긴 공부시키는 학원 선생님이 '친구들과 실컷 놀아라.'라는 이야기를 해 주고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 배시시 웃는 그 모습이 참 귀엽다.


"너는 진짜 대단한 재능을 지닌 거야. 그러니까 친구도 많이 사귀고, 친구들이랑 좋은 관계도 많이 맺어. 네가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대학에 가고 회사에 다닐 때면 네 능력이 더 빛을 발할 거야."


여전히 핸드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아이들도 있지만, 몇몇 아이들의 표정은 밝다. 친구를 잘 사귄다는 것은 좋은 재능이다. 극단적인 I성향을 지닌 나로서는, 부러우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재능이기도 하다. 핸드폰 그만 보고, 친구들하고도 많이 놀아- 이 문장에 여전히 입을 삐죽 내미는 아이들에게는 결국 해 줄 말이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친구랑 노는 것도 싫으면 뭐, 어쩔 수가 있나.


"그럼 그냥 공부나 해."


children-3698745_1280.jpg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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