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오는 시기를 미루기 위해 오늘을 연장하듯 새벽까지 깨어있던 날. 그러다 어느덧 나는 불면증이 생겼고 아침 해가 뜬 뒤에 겨우 잠드는 일과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나뒹구는 쓰레기와 뜨겁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컴퓨터. 수시로 찾는 커피 또는 술. 그러다 어느 날 "이렇게 살 수는 없지"하고 내일을 앞당기려고 몸을 움직였다. 당시 나는 내가 그 일을 썩 잘 해냈다고 믿었는데 지금 보니 반쪽짜리였다. 무심코 손에 들리는 갖가지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문드러지게 만들었나. 달콤하고 짭쪼름한 것. 매캐한 것. 몽롱하게 만드는 것. 하나만 보게 이끄는 것. 때론 개안하듯 찌릿한 느낌을 주는 것. 습관적으로 가까이 하도록 꾸미는 휘황찬란한 형형색색의 움직임들(이젠 광고를 죄다 영상으로 하니까). 음미하거나 감상할 여유를 삭제하는 이것들을, 내 삶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하나씩 덜어내고 있다. 축 쳐지듯 녹아내리는 몸뚱아리가 당연하다고 믿었는데 그것이 실은 주입된 망상일지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오랜만에 가뿐하게 잠자리에 들었다. 아마 오늘도 그럴 것이다. 아직 내일이 오지 않았고, 오늘은 가지 않았다. 내일이 오면 그 시간은 이미 오늘이 되어서, 우리 생에 영영 내일은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내일이 보장되는 일생을 누리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망상으로 붙들어 둔, 오늘을 위한 내일이라는 전제. 도래할 수 없는 내일을 기약하면서 으레 그러하듯, 수고했다고 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