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하나 해볼까요. 아주 사소하게 시작된, 내 사랑에 대해서. 처음부터 사랑할 순 없었어요. 무엇인지 알아차라기 전에 느낀 탓에, 내 마음을 내어줄 수는 없었어요. 그보다는 손끝에 느껴지는 차가운 맥주 한 캔이 더욱 생생한 법이었죠. 도취된 자아를 미끄러지게 내버려두면서, 바닥으로 스며들다가 그대로 장판에 들러 붙은 나를 방치하기로 했어요. 나는 아마, 스무살. 남과 같을 수 없다면 처절하게 다르고픈 열정에 휩싸인 나이. 대로변도 아니면서 창틀에 가득한 먼지. 닦아도 소용없을 거라, 지나치게 빨랐던 단념. 세상과 단절하기를 꿈꾸면서 고작 닭강정과 맥주로 사치를 부릴 때, 문득 알게 된 거예요. 글쎄요. 그게 사랑이었을까요? 왜 나는 글을 쓰고야 말았을까 생각해요. 왜 죽기로 결심하거나 딱 하루만 더 참기로 했을 때, 굴러다는 빈 캔을 벽에 던지는 대신 연필을 손에 쥐었을까. 세상에 내놓고 싶진 않아요. 어떤 식으로든 손가락질 할 거 잖아요. 그래도 제법 잘 썼다고 자화자찬하거나 잘 봐달라고 비굴하게 숙이느니 먼저 돌을 쥐고서 대가리를 쳐버릴 거예요. 퍽, 사랑스럽지 않습니까? 멀어지려고 애쓸수록 잡아당기는 삶의 인력이 나를 속세에서 놓아주질 않네요. 얼굴을 그어버리고 싶었던 나날. 머리를 깨뜨려 버리고팠던 저녁. 겨우 나체로 자기를 껴안으며 새롭게 태어난다고 믿었던 새벽과 이대로 타버리길 갈망한 정오. 이것이 우울입니까? 내 이름을 대신하는 부름이 병자든 광자든 모두 상관은 없었고, 나는 사소하면서도 초라하게 시작된 내 사랑을 타자에게 나눌 수 없다는 것만은 알았죠. 아는 척 하진 마세요. 다 거짓말쟁이였으니까. 샘내거나 탐내지도 마세요. 나처럼 살고 싶진 않을테니까. 궁금해 하지도 말아주세요. 나는 인간의 관심이 버겁습니다. 아. 멀어지려면 잡아끄는 듯, 숨으려 하면 기어코 죄다 헤짚고야 마는 당신들은, 제 무덤을 대신 파주는 건가요. 어쨌든 내 사랑은 시작되고야 말았고, 그 시초는 감춰두었습니다. 영원으로 덮어두었어요. 떄로는 소리없이 때로는 모양없이 매번 고백하지만 어떤 화답도 기대할 수 없고 내 비명만 대신 들려오는 사랑도. 사랑일 수 있을까요. 불멸을 사로 잡고 싶었습니다. 이런, 아주 사적인 이유로부터 기인한 삿된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