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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이야기할 때, 나는

by 여노

이쯤에서 그만하자는 다짐. 더 사랑하거나 미워하지 말자고 나에게 말하고 너를 밀어내려는 마음과 아무렇지 않은 척 표정을 숨겨두고 얼굴을 바라보는 일. 누군가를 사랑하기보다는 무언가를 열렬히 탐하는 생을 갈망하다가 좌절하고, 떠남을 몇 번이고 연습하는 아침. 영원히 변주곡만 연주하면 어떻게 해. 언제나 처음이거나 시작이면 좋겠어. 애쓸수록 서툰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돌아올 대답을 지레 염려하며 묻지 않고 감탄이나 확인으로 끝맺는 대화. 순간에 사그라들까봐 입에 담지 않으려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너는 나를 안고서 무어라 했고 나는 실로 당황했었는데. 어떻게 한 인간의 귓가에 너무 소중하다 할 수 있는가. 나는 사랑하고 싶어서 무너지길 자처했나. 귀한 하루를 아끼는 이들과 보내려는 너와 어쩔수없이 살아가려는 내가 왜 이어진 것일까, 이것은 저주가 아닐까 생각해. 생을 피우려는 진득한 의지를 흉내낸다. 매번 낯설게 느껴지는 살아있음에 익숙해지려고 두 눈에 힘을 주고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로 살자니, 왜 나는 어딘가 사냥꾼같은 모습으로 지금에 임하는가. 은둔자일 수 없다면 으르렁거리는 짐승이거나 그 짐승보다 못한 이 시대의 사냥꾼이어라. 이런 내가 사랑을 알겠니, 하겠니. 분절된 단어가 아니라 이어지는 이야기라면 나도 사랑일 거야. 숨기도 하고, 짖기도 하며, 휘두르며 - 제자리를 뱅뱅 돌지 않고 - 떠나거나 머무르거나 모두일 거야. 사랑한다고 해서 사랑을 이야기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말없이 응시하며 때론 널 미워할 거야. 달려가면 뒤꿈치를 깨물고 멈추면, 가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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