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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길다

by 여노


길고 긴 밤을 보내는 때가 있다. 떠나가야 할 때를 살피는, 그런 시기에 마주친 밤. 칠흑처럼 어두운 하늘은 없고 주저하는 발 앞에 놓인 길이 지금 보니, 길이 아닌 것만 같은 그런 때. 어리숙한 듯 고개를 숙이고 '인생 선배'의 충고를 듣는다. 너 이제 몇 살이니, 어린 나이도 아닌데, 사회 선배로서 하는 말이야. 네네. 죄송합니다. 오가는 말의 진위는 중요치 않고 어떤 감정이 남는지도 하잘 것 없다. 나는 생각한다. 네네. 저는 이제 밤차 타고 떠나려고요. 상대가 나를 붙들었다고 여길 때면 나는 딛고 선 땅이 꺼지는 느낌을 받는다. 인간이란, 이런 것이고, 그 앞에 미숙하고 '급발진'하는 나는 그냥 그런 인간이 되어주면 되는 것이다. 다 널 위해서 이렇게 챙겨주는데 좋은 사람을 밀어낸다는, 와닿지 않는 말. 첫 인상이란 강렬해서 나는 죽을 때까지 이 사람에게 모지리로 기억될 것이다. 대화가 길어지는 건 무가치하다. 내 속에 담긴 긴 말이야, 긴 밤에 담아서 흘려보내려고 애쓰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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