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에서의 사회적 거리
방에 들어가 있으란다. 문을 꼭 닫고 있으란다. 더 좋은 건 아예 집 밖으로 나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zoom 수업 3일째, 딸의 요구가 당황스러웠다.
좀 편하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아니...내가 뭘 어쨌다고?? 조용히 내 일 하면서 있었구만!!! 항변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제 엄마란 존재 자체가 불편일 수 있으니까. 흙;;) 자기가 수업하는 거 엄마가 보고 있는 게 싫다고 했다. (흥, 나도 별로 안 궁금하거든!!) 모처럼 단호했다. 딸의 당당한 요구에 깨갱하며 방에 들어가 문을 꼭 닫았다. 딸이 거실에서 수업하는 동안 나는 방안 유폐 신세가 되었다.
이걸 어쩌나, 딸의 목소리가 들린다. (엿들은 거 저얼대~~아님!!! 그냥 들린 거임ㅋ) 워낙에 목소리가 크고 또랑또랑해서 방안에서도 딸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주 신났구나, 신났어. (제 목소리 큰 줄도 모르고...허술하기는...ㅎㅎ)
나는 딸의 수업 내용에 대해서 크게 관심 없다. 우리 딸이 다니는 학교의 기본적인 방향과 틀, 교사와 아이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가 있다. 공부는 모르겠고 딸이 학교를 가고 싶어하고, 학교를 좋아해서 그거면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저학년 때는 학교에서 어쩌고 있나, 궁금해서 공개수업에 갔었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별로 안 궁금해서 안 가고 싶은데, 딸이 꼭 와야 한다고 해서 휴가 내서 다녀왔었다. 학습과정 발표회(구 학예회)와 방과 후 수업(뮤지컬) 발표회에도 안 가고 싶은 걸 딸이 사정사정해서 어렵게 시간 내서 다녀왔었다. 그러던 딸의 태도가 돌변하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1도 안 궁금했는데, 갑자기 궁금해졌다. 아무렇지 않다가도 금지되면 욕망하는 법이다. 이제 사춘기라도 온 걸까? 이중생활이라도 하는 건가? 좋아하는 친구가 생겼나? 문에다 귀를 대고 엿듣고 싶고, 몰래 훔쳐보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매일 공개수업을 하는 기분일 선생님을 위한 예의라는 생각도 들었고, 딸의 마음도 알 것 같다. 개인적인 자아와 사회적 자아는 사뭇 다르다. 나름의 생존전략으로 가면도 쓰고, 가식도 많기에 가족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 하다못해 전화받을 때도 목소리가 싹 달라지지 않나. 딸의 사회적 자아와 이중생활, 내숭과 가식조차도 인정하고 지켜줄 때가 온 것 같다.
딸이 먼저 책상을 거실에서 방으로 옮기면 어떠냐고 했다. 우리는 거의 모든 생활을 거실에서 하는 거실 생활자들이다. 딸은 방에서 잠만 잘뿐, 책을 볼 때도, 공부할 때도, 친구들과 놀 때도, 혼자 게임할 때도 모두 거실에서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제 딸이 방으로 들어갈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공간의 이동뿐 아니라 마음의 이동도 있을 것 같다. 이제 점점 숨기고 싶은 것이 더 많아질 것이다. 거리를 두고 경계도 세우려고 할 것이다. 서운하지만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나도 내 방문을 걸어잠그고 접근 금지를 외치던 시간이 있었다. 이번 온라인 개학을 통해서 딸과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