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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이든 씁니다 Apr 27. 2020

집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계 철거하던 날

집을 지으면서 가장 기뻤던, 좋았던(?) 날을 꼽으라면 비계를 철거하던 날일 것 같다. 좋았다기보다 한시름을 놓았다가 더 맞는 말이겠다.


일본말의 잔재 '아시바'라고 불리기도 하는 비계는 건물 외벽에 설치하는 가설재다. 2층 이상 올라가는 건물에서 외벽이나 지붕 작업을 하는 작업자들이 올라 다닐 수 있도록 외벽을 만들고 발판을 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비계는 우리 집을 짓는 많은 작업자들이 오가는 길이자, 안전을 담보하는 발판이기도 하다.


고마운 비계 발판들


비계를 철거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현장 소장님이 보내주는 현장 사진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늘 마음을 졸여왔다. 특히 지붕에 올라가서 작업하는 작업자들의 사진을 볼 때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차마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늘 마음을 졸이던 지붕, 외장, 창호 후레싱 작업까지 모두 끝나고, 비계가 철거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현장을 안전하게 이끌어온 현장 소장님과 우리 집을 짓느라고 고생하신 모든 작업자들에 감사한 하루였다. 완전히 마무리되기 전까지 크고 작은 문제들이 남았지만 안전문제 앞에서는 모두 지엽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비계가 철거되고 한참 뒤에야 천천히 집 모양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집의 완전한 모양은 처음 본다. 우리 집에는 옆집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가림막이 설치되어있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베일에 가려져 있는 셈이었다. 좌측 입면도 궁금하고, 창밖의 풍경도 궁금했다. 가림막을 걷어낸 쪽 창으로 마을 풍경과 나무들이 들어왔다.


비계가 철거되고 완전히 우리 앞에 드러난 우리 집의 모양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우유갑이 생각났다. 새집을 구경하겠다고 아빠와 따라나선 동네 아이에게 '우리 집 우유갑 같지 않아? 우유상자, 밀크 하우스 어때?'라고 했더니, 씩 웃으며 자긴 아이스크림이 생각난다고 했다. 우리 집은 요거트 아이스크림, 2호 집은 블랙 아이스크림, 3호 집은 녹차 아이스크림이라고 했다. 아이다운 발상이다. 아이스크림이 생각나는 집이라니!!! 난 체리쥬빌레 좋아하는데 체리핑크로 할 걸 그랬나ㅎㅎ 우리 집 외장색은 색상 번호 16003으로, 2호 집은 차콜, 3호 집은 올리브 그린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제 모두 아이스크림 색으로 리셋되려나 보다. 집을 볼 때마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은 걸 보면ㅎ


낮에는 내가 좋아하는 요거트, 해가 지면 딸이 좋아하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색이 되는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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