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고구마처럼
뒷집 할머니를 보면서 주위에 텃밭을 얻어서 고구마를 왕창 심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요즘 뒷집 할머니 고구마 밭에는 연일, 하루에도 몇 번씩 손님이 찾아온다. 소쿠리 하나씩 옆구리에 끼고 고구마 줄기를 따러 오는 동네 할머니들이다. 어차피 고구마 줄기는 고구마 농사짓는 사람 혼자 다 먹을 수가 없다. 껍질 까는 게 힘들어서 한 사람이 많은 양을 욕심부릴 수도 없다. 그러니 이웃들에게 마음껏 따가라고 인심을 쓸 수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 한 봉지 사도 몇천 원 밖에 안 하지만 모두 할머니 밭에서 나는 고구마 줄기가 더 맛있다고 하신다. 일단 공짜인데다 싱싱하고, 싱싱한 줄기는 껍질도 잘 까진다. 껍질 까면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재미는 덤이다.
할머니를 보면서 나도 할머니처럼 고구마 왕창 심어서 동네 사람들에게 인심 좀 쓰면서 살고 싶다. 고구마 줄기는 친하지 않아도 인사하고 지내는 이웃들에게 마음껏 쓸 수 있는 인심이다.
옆집 엄마도 뒷집 할머니에게 갔다. 그녀가 원하는 건 고구마 줄기가 아니라 새순이다.한 움큼 따와서 금세 무쳐왔다. 누군가 한번 해먹어보라며 가르쳐주었다고 했다. 여느 나물 무치듯 새순을 데쳐서 참치액젓과 마늘, 깨소금만 넣고 무쳤다고 했다. 한 입 먹는 순간, 이 건 뭐지? 먹어 본 맛, 내가 아는 그 맛이 아니다. 처음 느껴보는 맛이다!!! 부드러우면서 아삭아삭한 식감은 이 바닥 최고였고, 씹을수록 우러나오는 오묘한 맛은 잠자고 있던 모든 감각을 깨어나게 했다. 친구는 고사리 맛이 나지 않냐고 했는데, 나는 쌉싸름한 두릅 맛도 느껴졌다. 지체 없이 나의 소울푸드 Top 5에 등재되었다. 먹을수록 이런 맛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트에서 살 수도 없고 한 밭에서도 많은 양을 구할 수 없고, 맛 자체가 귀하고 귀하다. 한동안 나는 심마니처럼 고구마 순을 찾아 동네를 헤맬 것 같다. 고구마 순 나물을 무쳐서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줄 것이다. 호옥시 우리 집에 놀러 와서 고구마 순 나물을 먹게 된다면 나의 사랑 고백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고구마를 심으면 고구마가 난다. 나는 집에 고구마 한 상자를 구비할 생각이다. 사실 나는 고구마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친구들이 놀러 오면 마당에 작은 불을 피워서 군고구마를 만들어주고 싶다. 불 피워서 구운 군고구마 맛도 좋지만 불멍 때리는 맛은 더 좋다.
이렇게 새순부터 뿌리까지 알뜰한 사랑법을 주는 고구마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고구마 하나로 이웃들에게 마음껏 인심도 쓰고, 친구들이랑 불멍도 때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도 할 수 있는데 말이다. 빨리 밭을 얻어서 고구마를 꼭 심어야지. 그래서 마음껏 먹고 나누고 사랑하고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