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있다. 햇빛이 쨍하면 보고 싶은 사람 있고, 달이 휘영청 밝으면 생각나는 사람도 있다. 어떤 노래를 들으며 누군가 생각나고 어떤 음식을 먹다보면 이거 누가 좋아하는데, 꼭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봄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낙엽이 뒹굴고 눈이 사락사락 오면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이 있다. 좋으면 좋은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누군가가 생각나는 것은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님을, 나란 존재가 늘 누군가와 연결되어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이제 하나 더 추가될 듯하다. 바로 포도! 포도를 보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집을 설계한 코비즈 건축 협동조합은 사무실도 안성에 있고 건축가들이 사는 집도 안성이다. 작년에 설계 회의하러 안성에 내려갔을 때 안성 포도라며 한 박스를 차에 실어주셨었다. 그리고 꼭 1년이 지난 오늘 다시 포도를 새 주소로 보내주셨다. 우리가 선물을 해도 모자란 판에 포도를 또 보내주셨다. 코로나19 때문에 건축가들은 아직 우리 집에 못 오셨는데 포도가 먼저 왔다. 손님 같은 포도라서, 너무 귀한 마음이 담긴 포도라서 아껴서 한 송이씩, 한 알 한 알 감사한 마음으로 먹고 있다.